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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비가 내리는 날에 한 일

by 풀 한 포기 2024. 3. 5.

 

 

어제 종일 일을 하고 탄력 받은 김에 오늘도 열심을 내보자 했건만

그 누무 비...참

시간보다 창밖이 어둑해서 내다 보니 또 비가 내리고 있다

 

빗줄기가 세차진 않지만 비를 맞으며 할 급한 일도 아니고 

그 일이라는 게 어디로 달아나지도 않을 터.

 

비하고 상관없는 비닐하우스에 씨앗봉지 몇 가지 찾아 들고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일기불순으로 씨앗을 제대로 못받기도 했고

이번에는 가짓수를 많이 줄여 씨앗을 넣었다.

처음 심는 것들만 이름표를 꽂아 놓고 대부분은 싹이 자라면 알아 볼만해서 그냥 두었다.

오늘 종자로 쓸 땅콩도 겉껍질을 벗겨 놓고목화씨는 물에 불리고 있다. 

다음주에는 옥수수와 호박 오이도 씨앗을 넣을 예정이다.

 

하루 종일 안에서 할 일을 찾아 하고 있으려니내가 심심해 보였는지

남편이 밖에 나가 밥을 먹고 오자고 한다.

군말 않고 따라 나서 한 끼 해결하고 집에 오니

남편의 서예선생님 모친상 부고가 당도 했더라.

빈소가 저어기 전라도 광주라하니 직접 조문을 가기에는 너무 먼 곳이고

또 나는  병원에 정기검진 예약일이 있기도 해서 남편과 동행해야 되어

어머님 연세가 100세라하시니 호상이라서 마음 가벼이 부고에 올려 놓은 계좌로 조의금을 이체했다.

 

지난해 우리 며느리를 보낼 때 아무곳에도 부고를 하지 않았건만

 어찌알고 굳이 조의금을 줘서 남편이 마지 못해 받아 왔더라.

이런 일이 있으니 또 그 때의 일이 생각나서 나는 또 숨어서 눈물 바람.

언제쯤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이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무심한듯 얘기할 수 있으려나. 

 

다음주에는 내 생일도 들어 있어서 그렇잖아도 그 아이 생각이 자꾸 난다

지난 내 생일까지만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모여 웃고 떠들고 밥먹고...

그것이 그 아이가 내게로 온 마지막이었다.

 

`어머니...생신선물 주문하셔야죠~~`

미리 미리 내게 요긴한 것들을 챙겨 선물해 주던 그 아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가슴에 넣어 두고 참기만하니 그 그리움이 억눌려 엷어지지가 않는다.

차라리 자꾸 꺼내어 생각하며 말도 하고 그러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무심히 그냥 지나간 일 하나로 여겨 질 날이 오지 않으려나

아직은 우리 가족 모두 눈을 마주하며 그 아이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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