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행사인 유구읍 김장 나눔행사의 첫날.
읍사무소 주차장 외진 구석에서 각마을 부녀회장과 지도자들이 모여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내일 버무릴 속까지 마련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아 생전 처음 보는 풍경.
하나같이 고수인 마을 부녀회장들이 모였으니 아무리 산더미 같은 배추도 순식간에 다듬고
의용소방대에서 지원해준 소방호스로 물을 쓰며 일사분란하게 절이고 있다.
처음에 저 많은 배추를 어디다 절이나...? 걱정도 기우.
이런 신박한 방법이 있었다니...
큰 비닐 봉지에 소금물에 적신 배추를 넣고 소금을 훌훌뿌려 밀봉해서 놔 두고
몇번 굴리면 뒤집는 효과도 있고 잘 절여 진단다.
한쪽에서는 무를 씻어 적당하게 잘라 둘러 앉아 채를 밀고
미리 준비해둔 각종 채소를 섞고 액젓을 붓고 있다.
경험 많은 유구읍 새마을 부녀회장이 진두 지휘를 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 다니듯 어쩌면 그렇게 일을 잘하는지...
바라 보는 내내 탄복을 했다.
속 넣을 것 까지 다 마련해 놓고 오늘은 일단 철수.
그래도 책임이 있는 여러 사람이 몇번 더 뒤적이고 살펴야 될이다.
내일은 모두 모여 김치 속을 넣고나서 수육도 삶고 겉절이에 밥도 해먹고
각마을마다 담근 김치 나눔을 하는데
나는 하필 내일 시부모님 산소 이장을 하는 집안행사가 있어 참석하지 못한다.
해서 오늘 하루라도 일손을 도우려고 우리마을 지도자 그리고 금선씨 까지 참여를 해서
모두 세 명이나 나가서 일을 도왔다.
각 마을로 나누는 것이라서 돕지 않고 김치만 받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일이라서
가능하면 꼭 참여해야하는 중요한 행사다.
시골에 내려와 살며 어느덧 이런 행사도 참여할 만큼 잘 스며들어 살고 있는
내가 좀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좀 낯설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