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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갑자기 겨울

by 풀 한 포기 2023. 11. 6.

 오랜 가뭄 끝 단비까지는 좋았다.

밤 새 그렇게까지 소란 스럽지만 않았다면...

아침에 일어 나니 어제 대~충 단속을 해놓았다 싶었는데

가벼운 것들이 사방 날아 다니다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고

바람이 거세니 구름도 따라 빨리 이동하는지 해가 났다 비가 내렸다 종일 오락가락이다.

점심에는 노인회장님께서 마을 일에 애쓴다고 금선씨네와 우리 부부를 초대해서

회장님 부부와 총무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근사한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돌아 왔다.

여기까지가 오늘 계획했던(?) 일정의 끝이었는데

날씨가 수상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

내일 아침 영하로 내려간다고 뉴스에서는 협박도 하고

다른 집들은 무를 뽑았네 어쩌네 그러기도 하고...

김장채소를 가져가야 할 동생도 남편 친구네도 내 밭 사정과 상관없이 각자의 스케쥴이

중요하니 언제 오겠다고 확답도 안 주고,

배추야 좀 추워도 상관없지만 무는 기온이 내려가면 얼어버릴텐데...

잠깐 해가 났을때 밭에 내려가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해서 그냥은 두고 보지 못하겠어서

저장할 무를 뽑아 하우스 안에 묻어둔 고무 통에 하나 가득 담아 덮어 놓고

좀 작은 무를 골라 동치미용과 무 짠지 할 것을 뽑았다.

내친 김에 부랴 부랴 서둘러 짠지도 담고

항아리에 동치미도 해 넣었다.

예정에 없이 마음이 급해 밭에서 쪽파 뽑아 다듬고 양파며 배도 챙겨

까놓았던 마늘과 생강도 베주머니에 넣어 지고추와 함께 동치미 항아리에 넣고

무를 위쪽에 차곡차곡 담고 뚜껑을 덮어 놓았다.

무짠지는 일단 소금만 듬뿍 얹어 놓았으니 고추씨를 한 줌 넣고 무거운 돌로 눌러 놓으면 끝.

동치미는 웃소금 조금 뿌려 놓았으니 하루나 이틀 쯤 후에 소금물을 해서 부우면 되겠다.

무에서 자른 무청은 해마다 그냥 걸어 말렸는데

그것을 한번 삶아서 말려 놓으면

나중에 훨씬 부드럽고 맛나다고 그리하라고 일러 주신 분이 있어서

가마솥에 불지펴 물을 끓여 삶아 놓기까지 하느라고 깜깜할 때까지 밖에서 동동거렸다.

점심 잘 먹고 들어 와서 예정에 없이 갑자기 일에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오후 내내 진짜 빠쁘게 돌아쳤다.

누가 시키면 절대로 안 했을거다..

내일도 춥지만 다음주부터는 본격 겨울 모드로 전환되는지 연일 영하로 내려갈거라 하니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김장을 해넣는게 좋겠다 싶다.

마늘. 생강도 까놓았고 젓갈도 준비가 되어 있고

그저 나만 작정하면 될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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