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내다 보는 창밖의 풍경이다
매일 매일이 같은듯 해도 하늘은 한번도 같은 적이 없다
비운다는 것은 버리든지 아니면 탕진 딱 두 가지 방법 뿐.
정리의 시작은 비우기라고 그러지만
뭘 잘 못버리는 중병이 있는 나에게 그것 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 싶다.
시골살이 언제든 쓰지 싶어 끼워 박아 놓다 보니 어지간한 고물상 수준이고
마음으로야 아주 초간단 미니멀하게 살아 보자 작정도 했었기에
시골에 집을 지을때 최소한으로 작게 지었건만
여기 저기 헛간에 창고에 쌓아 둘 곳은 도처에 산적해 있는지라...
시골살이는 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남편이 쓰는 각종 연장과 기계도 어지간한 여늬 목공소 보다 많다.
물론 스스로 집짓기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바깥에 있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집안이라도 어찌 해보자 싶어 큰맘 먹고 오래 묵은 책들을 일단 한 100권 정도 정리했다.
차츰 그 정도씩 몇번은 더 버려야 하겠지만 일단 시작은 섭섭하니 그렇게...
퇴직 후 시골로 내려 올때 가져 온 것이라고는 달랑 컴퓨터와 책상 뿐이었는데
미리 가져다 놓은 책들과 남편이 혼자 먼저 자리를 잡았으니 어지간한 가재도구야 기왕에 있던 것이고
다행히 안버리는 대신 뭘 사들이는 취미도 없어서 그럭저럭 견딜 정도는 되지만.
자꾸 나이 들어가며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싶어
정말 버리기 어려운 책부터 손을 대었다
요 근래 들어 전과 다르게 뭐든 새 것이라면 아끼던 버릇도 고쳐
허접한 헌 것들은 버리고 새 것을 꺼내 쓰고 있기도 하고
별거 아닌 타올도 처음에는 얼굴을 닦다가 발수건으로 그러다가 걸레의 순이었는데
무슨 궁상인가 싶어 이제는 있는 것도 평생 다 못쓸 거 같아서
처음 부터 아예 걸레부터 시작하고 그러고 있다.
시골살이 몇 년 해보니 제일 쓸모 없는게 핸드백, 구두 .
이게 얼마 주구 산 건데...가 무슨 소용이냐구 에라 모르겠다
무더기로 홀라당 옷 수거함에 갖다 넣어 버렸다.
그래도 `비랭이도 손 볼 날 있다`는 옛말을 금과 옥조로 삼고
철 따라 혹 점잖은 자리라도 가게 되면 하고 옷이며 구두도 챙겨 두었지만
오랜만에 꺼내 입고 ,신고,들고 그러면 영판 남의 것 얻어 입은듯 어색하기만 하더라고...참.
그저 편하고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로 생각을 확 바꾸니 하나도 소용될 게 없더라는,
이 참에 새 것을 세트로 쌓아 놓고 낡은 것을 쓰고 있던 프라이팬이며 냄비따위도
다 버리고 새 것을 꺼내 놓으니 주방 수납장도 훤하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내가 장만한 모든 것은 내 생전에 다 쓰고 갈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짐하고 있다.
날도 더운데 낮동안 집안에 있으려니
이것 저것 눈에 거슬려서 조금 비우려 작정하고 실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