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다.
더운 것도 견디기 어려운 판에 벌에 된통 쏘였다.
늘 주머니에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넣고 일을 하니 즉시 약은 발랐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부어 오른다,
삼일 째인 오늘은 팔목까지 부어 올라 무겁기까지 하다
이 정도로 붓고 가려울 줄 알았으면 진즉에 병원에 가는건데...
실컷 고생하다 이제 가는 것은 좀 억울해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ㅎㅎ
이 벌들은 왜 살아 있는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어설픈 것에다 집을 짓는지 모르겠다.
낫으로 벨 수도 없고 호미로 긁을 수도 없는 곳이라서 손을 쓰윽 집어 넣고 풀을 뽑는데
꼭 예리한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
에구...유카 겉잎을 정리해 주려다 보니 그 곳에 벌집이...
일단 피했다가 건들지만 않으면 덤비지 않으니 게눈을 뜨고 주변 풀을 뽑았다.
나중에 주변을 살펴 보니 골담초에도 두개가 더 있다
아무래도 그냥 둘 수가 없어 망모자 쓴 김에 모기약을 가져 와서 집중 포화를 날렸다.
날아서 못 덤비게 윗쪽에서 마구 마구...
그러고는 냅다 도망왔다가 나중에 가서 보니 아마도 빈집...그안에 유충들도 죽었나 보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점점 투사로 변해 가고 있다.
시골 살이 이 쯤은 일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수일 내로 또 한 가지 전력투구할 일이 있구나
드디어 고추를 따야 할 때가 다가 오고 있다
지난 해의 반정도 밖에 안 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거저 지나가지는 않을 일.
때를 몰라 아무래도 너무 일찍 심었지 싶은 녹두도
벌써 꼬투리가 검게 변해 가고 있으니 이것도 익는 대로 계속 따야 하고...
밭 주변에 있는 풀들은 이젠 모른다.
작물까지만 안 덤비면 질끈 눈을 감아 버리고 모르쇠,
목화가 꽃이 피고 있다
그저 꽃보자고 심으니 본래의 목적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이쁘기만 하다
흰색으로 피었다가 분홍으로 지는 참 특이한 꽃이다
벌써 작은 열매를 맺은 것도 있다.
목화는 일 년에 두번 꽃이 피는 것과 마찬가지.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솜꽃이 피니 그러하다
숨고르기 하라는듯 호랑나비가 여유롭게 꿀을 빨고 있다
이제 참나리꽃도 끝물이다
이럭 저럭 하다 보면 이 분투의 계절도 끝나 가고 어디쯤 가을이 오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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