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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뭘 모르니 ...

by 풀 한 포기 2021. 7. 20.

멧돼지 무서워서 고구마를 집 가까운 밭에 심었더니

올해에는 따로 거름을 안줬어도 아무래도 거름기가 많았지 싶기도 하고

오월에 비가 잦아 그런지 때 아니게 고구마 순이 무지 막지하게 자라서 

서로 엉기다못해 어디까지 뻗어 나오는지...

 

잎이 무성하면 고구마 안 든다는 소라는 들은것도 같고,

고구마순이든 고구마든 아무거나 먹으면 됐지 싶기도 해서

남편보고 구루마로 한가득 순을 쳐달라 했더니 식전에 이슬에 옷을 적셔가며 

이만큼 잘라다 놓고 아침  먹고 나서 휘이  서예교실로 나가 버렸다

이제 부터는 내 숙제.

나무 그늘에 쏟아 놓고 미레의 감독하에 줄기를 잘랐다

별거 아닌 줄 알고 덤볐는데 이게 보통 손이 가는게 아니다

꼼짝 않고 두어시간 넘게 했어도 반 정도,

남편이 돌아 올때까지 그 자리에 있으니 옷을 갈아 입고 와서 거들어서 

겨우 끝을 내었다

두 소쿠리 가득.

 

가을에 고구마 캐기 직전에 순을 따서 갈무리해 두는 것을 

덩굴 무성하다는 핑계로 삼복 다리미에 감행한 용감무쌍함이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진리다.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그 결과물이다

이 염천에 헛솥에 불을 때서 물을 끓여 삶아 냈으니...

내가 도대체 뭔 일을 한 것인지.

 

게다가  서예교실에 가서 고구마 순잘랐다 얘기하니 농사 고수들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한 짓이 영 쓸데 없는 것이란다

줄기를 잘라 봤자 그 자리에서 순이 더 많이 나오고 감자는 영 맛이 없다나 뭐라나

황산 가리를 주라고 하더란다

아마도 칼슘성분의 비료를 주라는 얘기인가 본데 그래야 고구마 맛도 좋고 

어쨋든 어찌 수습이 될거라고...

 

뭘 모르니 잘하는 일인 줄 알고 하루 종일 엄청 분주했다.ㅋ

 

참나리

 

천일홍

플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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