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시절의 설국이(2015년 5월)
며칠전 겨울비가 봄비처럼 내리던 날 설국이가 기어이 떠나 갔다
션찮아 진지 두어달 쯤.
잘 먹지 않고 조금씩 말라 가서 입맛이 없나 싶어
닭을 삶아 주니 그래도 조금 먹고 나아지는듯 하더니
두 마리 먹고 세 마리째부터는 입에도 안대서 그이후로 생고기를 먹길래 생닭 생돼지고기를 먹이다
그것도 잠깐 끝으로 그나마 그중 여러번 먹은 것은 소고기 육회.
그래봐야 한근도 다 못먹었지만...
그 후로 물만 먹은지 일주일.
어디 아픈 곳은 없어서 그야말로 `낑`하는 소리 한번 없이 있다가 갔다.
가기 바로 전날까지도 안아서 내어 놓으면 밖에서 용변을 가렸고
몸에 남은 숙변도 애써 몇발짝 움직여 신문지 두껍게 깔아 놓은 곳에 보고
마지막으로 눈꼽이며 몸을 물수건으로 다 닦아 줬더니
정말 깨끗하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작년에 머루를 보내고 아직도 마음이 그런데 설국이 마저 가버렸다
둘이 나이가 비슷하니 가는때도 그런가....
머루도 없고 이제부터는 주인공 대접을 해가며 더 잘해주려고 했는데,
설국이한테는 참 미안한게 많아서 더 안타깝다.
우리집에 온 날부터 가기 얼마전까지 목에 줄을 달아 놓고 살게 했다
진돗개의 특성상 사냥 기질이 있어 고양이나 닭을 쫓아 다니고 물고 그러니 풀어 놓을 수도 없어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하루에 한 두번 산책이 겨우 세상 구경 정도 ...그것도 줄에 매인채.
떠나기 일주일 전 마지막 모습
이 아이들 수명이 그렇다고 알면서도 뭔가 내가 더 잘 돌봐 줬더라면하고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남은 애는 미레뿐인데 이아이도 이미 노견.
그나마 체구가 작고 낮동안은 자유롭게 풀어 놓았으니 좀 나을까.
설국이 마지막 보내는 것을 못보게 집에 묶어 두고
남편이 땅 얼까 미리 마련해둔 곳에 설국이를 묻었다
무슨 소용이 될까마는 그래도 직접 흙이 닿지 않게 하려고 한지를 깔고 누이고 타올을 덮어 ....
우리집이 내려다 보이는 양지 바른 곳에,
설국아
정말 안녕.
나중에 다시 태어 나면 꼭 나에게 오렴
그때는 맘껏 더 사랑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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