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 네가 갔다.
요며칠 바람 불고 천둥치며 줄기차게 내리던 비....
아무래도 너를 보내려는 내마음 닮아 그리 요란했었나 보다
이미 예견하고 마음 다짐도 하고 나름 강건하리라 했었는데
이렇게 부질없다. 아무 것도 소용없는 짓을 나는 하고 또 했었구나
그저 자연스럽게 두었다면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 수 있었을까?
새끼도 낳고 젖도 먹이고 여늬 애들처럼 살았다면 안 그랬을까?
유방암이라고 진단을 받았을때 너는 이미 너무 나이가 많아 마취에서 못깨어날 확률이 높다 했고
사람과 달라 유선이 몸을 세로로 쭈욱 길게 있어 수술부위도 너무 커서 고통도 심하다했고
그러고 나서도 항암 치료를 해야한다는 그 지난한 과정을 설명들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해달라고 떼를 쓸 수는 없었다.
그 후로 몇년 혹은 점점커지고 몸에 부담이 갈만큼 되었을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복대하나 만들어 늘어지지 않게 붙들어 매주는 일.
걸을때 흔들리지 않고 볼일 볼때 땅에 닿지 말라고...
지난 겨울 부터는 아예 거처를 집안으로 옮겨 내 옆에 두고 너를 살피며
그간에 몸에 안좋다 못먹게 하던 네가 좋아하던 모든것을 먹게 했었다
살면 얼마나...의 마음과 먹고 싶은거라도 실컷 먹게 하고 싶어서,
그것이 너를 좀더 빨리 가게 했을까...?
나는 너와 이별도 제대로 못했다
아빠가 가까이 못오게해서...
다행히 비도 그치고 햇살이 비추고 있을때 너를 보냈다.
언제든지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네가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아빠랑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당분간 우리에게 머루 너의 이름은 금기어가 될 것이다
미안하다
아무 것도 해준것 없이 너를 보낸 것 같아서.
머루...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