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봄날에
나는 긴터널을 지나듯 아주 캄캄한 며칠을 보냈다.
남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절대로 그럴리 없는듯하게 살고 있다가 느닷없이 닥치면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4년전 내가 퇴직 후 시골로 본격 이사를 왔을때
겨우 두주일도 되기전에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고 고비를 넘겼었는데
그때는 주치의말이 심근경색 직전상황이었다고.....
그 후로 별탈없이 2년전에 심혈관조영술로 중간점검도 받고
지난달에도 정기검진을 하고 약을 받아 잘먹고 있었는데
지난 23일 오전에 갑작스런 흉통을 호소하며 쓰러져서
일단 119에 신고하고 차 오는 사이에 황망하지만 내가 정신치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남편을 추스리고 꼭필요하다 싶은 것만 챙겨 다니던 병원으로 갔다.
구급차안에서 병원과 소통하며 응급대원이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링거에 병원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투여하며 병원도착과 동시에
모든일은 전광석화같이 진행되어 통증을 호소한게 오전 10시정도였는데
병원에 도착하여 각종검사를 받고 시술을 11시 30분에 했다.
이번에는 정말 급성 심근경색.
주치의가 외래를 보다가 뛰어와서 응급으로 진행해서 간신히 살아 난 것.
우왕죄왕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빠른시간안에 도착한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지난번에 스텐트시술받았던 그 혈관이 완전히 막혀 이번에는 그때보다
조금 더 굵은 스텐트를 시술하여 막혔던 곳을 뚫어 피가 흐르게 한 것.
이 사진은 찍을 수 없는 것인데 병원에 있는 딸아이 친구가 우리 보여주려고 불법(?)으로
촬영해온 것.
이런 일도 경험치가 유용한것인지 4년전에 겪었던 일이 있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그래도 제정신 일 수는 없었지만
스텐트 시술시에 심정지가 올 수 있다는 그 몇프로 안되는 일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도 보았고
`코드 불루! 코드 불루!`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그런 방송 후 의료진이 도처에서 마구 뛰어 오고
그 안에 지금 그 상황이 내 남편이라는것을 알아도 그저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도와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쪽에서 망연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빠르게 심정지가 풀린듯...
그제서야 아이들에게 전화를해서 (어지간하면 나혼자 감당하려했지만)
다들 정신없이 달려 오게 만들었다.
그애들도 자식으로서의 도리라는게 있을 것인데 싶어서...
첫날은 중환자실에 있으니 볼 수도 없고
코로나19사태에 중환자실 면회도 하루 한번 보호자 1인의 규정이 있어
괜찮아 진것을 보고 아들네는 밤에 올려 보내고
딸은 일을 미룰 수 있어 시간을 내어 와서 나와 함께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이 되어
낮시간에 가서 보고 저녁으로는 집에 와서 집안을 살피고 갈 수 있어서
고양이와 다른 짐승들 먹이도 줄 수 있었고 비닐하우스에 있는 모종들 물도 주고 그랬다.
그중 중요한 일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니 그런일도 할 수 있었지만...
딸래미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이번에도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하고 그래서
오늘에서야 올라 갔다
아들네는 목요일에 온다하고...
어쨋든 남편과 함께 다시 돌아 올 수 있어서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 왔다
남편은 식사도 잘하고 ...물론 몸이야 마음같지 않겠지만 잘 견디고 있다.
가슴에는 심장을 살리려고 했던 전기 충격기 자국이 훈장처럼 찍혀 있는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