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신혼집으로 제집을 내주고
독거노인이 될 뻔했던 나를 구제도 하고
겸사 겸사 집에 들어와 나와 함께 몇달을 지냈던 딸이
다시 직장 근처로 집을 구해 나가게 되었다.
지금도 집에서 다니기엔 좀 멀다 싶은 청담동의 직장을 정리하고
그보다도 더 먼 강동구청쪽으로 가게 되어
하는 수 없이 그리 하기로 결정을 했다.
작지만 아파트를 통째로 쓰던 살림이니
다 가져 갈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싶어
풀옵션의 원룸을 얻어 주었는데....
처음엔 집이 그리 멀지 않으니 주말이면 당연히 오고
좀 어렵겠지만 주중에도 더러 집에서 출근하면 되지..그러던것이
막상 이번 주말에 이사를 시키려니 좀 심란하다.
간단하게 사는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으니
당분간 적응하기 힘들겠고 그리하자면 생활 자체가 우울할까 저어스럽고..참.
처음 독립시켜 내보낼 때는
나도 신나하며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그렇게 되질 않으니 나도 모를 일이다.
조금 넓은 집을 구해 제대로 살림을 옮겨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몇년만에 함께 마주 앉아 밥도 먹고
도란도란 모녀간에 대화도하고
그저 한 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숨쉬고 그러기만해도 행복했던 날들.
몇달간 딸과 함께 지낸 날들이 내겐 진정 인디언 썸머가 아니었을까..?
가볍게 생각한 이번 일이 어쩌면 다시는 이아이와 한집에서 살아 보는 일은 없으리란 생각에
몹시 섭섭하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 같고
한번의 연습도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자식하나 떼어내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크나큰 숙제 같다.
어쨋든 올 한 해는
아이들을 들이고...내놓고...를 반복하다
세월 다 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