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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118

내 맘대로 어찌 어찌 시간이 흘러 내일이 떠난 며느리 49재가 된다 며느리도 나도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 정서에 그래도 49재는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서.... 그 동안은 아직 이승에 머물다가 49일이 되는 날에 저승으로 간다 하니 정말 마지막이다 싶어 이승에서 밥상 한번 차려주는 마음으로 평소에 그 아이가 좋아하던 반찬 몇가지를 하고 있다. 불교식이라서 원래는 육류는 상에 안올린다지만 어차피 격식에서는 한참 먼 내 맘대로 하는 것이니 고기쟁이였던 그 아이에 맞춰 생일상차리듯 장만하고 있다. 낮 11시쯤 지낸다 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들은 오늘하고 내일 아침에는 탕국과 잡채 생선찜 정도만 하려고 그런다. 지난 생일에도 병원에 있어 챙기지 못했고 여러달 아무 것도 먹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한이 되어, 와서 밥먹고 .. 2023. 9. 23.
슬픔... 업데이트. 엊그제 양양 낙산사 앞바다로 가서 며느리 해양장을 치렀다. 생전에 그 아이가 가고 싶다고 정해준 그 바다로 양쪽 집 가족들과 친구들 하고 함께, 진즉에 끝냈어야 할 일이었는데 여러 사정상 이제야 마무리를 하게 되니 새삼, 슬픔을 업데이트한 셈이 되고 말았다. 역시 그날도 비가 간간히 내리고 파도까지 높아서 간신히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배를 띄울 수 있는게 다행이라 여겨져서 이런 저런 불편함은 그냥 기꺼이 감수했다. 그 아이가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서 사전 추모 예식을 따로이 하지 않고 그래도 마지막 작별의 인사는 해야하지 싶어 내가 편지를 써서 읽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그 아이를 영원히 먼 바다로 보냈다. 참으로 속절없더라 사람 하나 보내는 일이... 일렁이는 바닷속으로 꽃을 던지고 .. 2023. 9. 1.
염려 아들이 전화를 했다 오늘 출근해서 팀원들과 점심을 먹었다고 엄마는 점심 드셨냐고... 누가 누구를 염려해야하는지, 이번달까지는 일주일에 수요일에 한번만 출근하고 9월부터는 정상 출근한다고 그런다. 6개월만에 일상으로 돌아 가는 아들. 이번달까지는 주변 정리 마무리하고 바쁘게 살아갈 거라고 염려하지 말란다 노심초사 궁금해도 묻지 못하는 나를 알기에 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겠지 몇 달 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지나 갔다. 느닺없는 며느리의 말기암 선고에 모든 것이 멈추는듯 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아들이 지극정성 그야말로 여한없는 돌봄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슴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 이쁘고 똑똑하고 현명하기까지 했던 아이를 끝내 놓치고 만 것은 다 내 아들이 박복해서 그.. 2023. 8. 16.
너를 보낸다... 네가 떠나던 그 시간에 내 마음인듯 무섭게 비가 내렸다 이튼날부터는 거짓말 처럼 화창한 날이다가 네가 정말 우리 곁을 떠나는 그날은 태풍이 올라 오고 하늘마저 슬퍼하는듯 또 비가 내리더라. 나는 그것이 네 눈물인듯 싶어 더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네가 아픈 동안 나는 새끼손까락의 힘 만큼도 도와 줄 수 없어서 내내 애간장이 녹았단다 그것과 상관없이 너는 지나치리만큼 침착했고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정리까지...왜 그렇게 까지 했니... 내버려 둬도 그들이 다 알아서 할 일들을... 네가 내 아들의 짝으로 내 며느리가 된 순간부터 내가 무슨 복에 너같은 아이를 자식으로 맞이했을까 늘 흐믓했었다 그날부터 너는 며느리가 아니고 그냥 `보현이` 였었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그저 행복하게 지내기만을 바라며 티끌만.. 2023.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