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그 따뜻하던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변심한 애인마냥 매정하게 돌아서 가버린 가을.
날씨고 뭐고 중간이 없다,
눈이 오자 드니 순식간에 앞이 안보이게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간간히 눈이 내렸지만 마을에 급식봉사가 있는 날이어서 걱정스러웠는데
내리는 순간 녹아 버리고 오전중 날씨는 그만 했었다.
오후 들어 눈발은 거세어 졌지만 그래도 바닥에 쌓이는 눈은 없다가
저녁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 지니 제법 눈스럽게 쌓이고 있다.
눈내리는 마당을 겅중겅중 뛰어 다니던 미레가
발이 차가운지 현관문을 열자 안으로 얼른 뛰어 들어 온다.
장독대에 내리는 눈
잠깐 사이에 이 만큼...
겨울스러운 풍경으로 탈바꿈 했다.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고 길이 막히면 강제 휴식을 하게 되고
어쩌면 동안거에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일몰시간이 아닌데도 눈이 내려 어둑하니
쏠라등에 불이 들어 왔다.
바라 보기에는 지극히 낭만적이지만 이 산골에서의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동안 너무 따뜻해서 우리의 월동준비는 대충 넘겨
눈이 내리니 남편이 겨울 털 슬리퍼를 찾는데 겨울지나면서 낡아서 버리고
새로 장만한다 하고 잊고 있었다.
그동안 느슨하다가 겨울이 이렇게 줄긋듯이 왔다.
내일이 유구장인데 나가서 사오자 했는데 과연 장이 서려나 모르겠다.
마을급식봉사
돼지고기김치찌개를 끓이고 무숙채,어묵볶음,멸치꽈리고추볶음.
그리고 김장철이니 겉절이를 해오신 분이 계셔서 그렇게 소찬을 마련해서
어르신들을 대접 했다.
이제 추워지면 마을회관에 모여 놀기도 하고 그럴텐데
매일이라도 점심 한끼 모여서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모두 대접받아야 되는 어르신들만 계시고 정작 봉사자는 없으니
그저 마음만 그렇다...
사실 일주일에 한번도 내 입장에서는 쉬운일이 아니라서...
다른 마을처럼 10여명 드신다면 어찌저찌 해보겠지만
우리마을은 최소인원이 3~40명이라서 쉽게 덤벼들 수도 없다는,
내가 걱정하는 것이 지금 시골마을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