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낭만 가득한 하늘을 보며 아침을 맞는다.
더러는 안개 자욱한 풍경이다가 분홍빛 구름이 일출을 알리기도 하는
산골짜기 우리집이다.
며칠전 남편의 낚시친구 한분이 우리집을 처음 와보고는
`공기 좋고 ...전망은 좋은데...`
그러고는 한마디 더 거들기를 남편이 낚시 가면 혼자서 안무섭냐고,
그저 웃었지만 속내로는 ` 뭐가 무서워요 , 사람이 더 무섭지`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는 이곳이 딱 안성맞춤.
마을과의 거리가 아주 적당하다
특별한 용무가 있지 않고서는 오다가다 괜히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절대로 없는 곳.
미리 베어 놓았던 토란대를 껍질을 벗겨 말려서 갈무리를 했다.
껍질 벗기기 전에 마을 친구와 형님들께 나누어 드리고
그 나머지도 많아 옆구리를 뒤틀어 가며 쪼그리고 앉아 껍질을 벗겼다.
남편은 어차피 다 나누어 줄 걸 뭘 그렇게 많이 말리느냐고,
내가 먹는 것은 사실 10%쯤이나 되려나,
나중에 마을회관에 내어다 쓸 것을 감안해서 비상식량처럼 말려 저장해 둔다.
줄기를 베어 내고 두었던 토란을 남편이 캤다.
쇠스랑을 깊게 넣어 힘있게 캐어야 되니 어차피 남편만이 할 수 있는 일.
게다가 맘놓고 낚시를 가고 싶은 남편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진해서 캔 것^^
이것도 겉흙이 마르기를 기다려 조금씩 덜어 내어 나누고 있는 중.
다행히(?) 예년보다는 수확량이 적어 나누느라 애쓸일은 없을 것 같다는..
동생네와 내가 먹을 것.
그리고 마을회관에 가져 가면 간단히 끝나게 생겼다.
제법 낭만스럽게 꽃그늘아래 자리한 고양이 한 마리.
내가 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곁을 절대로 주지 않는 아주 도도한 고양이 되시겠다.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고 누구의 새끼였는지 그 족보도 알 수 없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저 와서 밥만 먹고 집주변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
흰색의 아스타도 쑥부쟁이도 가을 한가운데로 가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한낮의 햇살은 적당히 따숩고 아침으로는 겉옷은 필수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올해처럼 배추농사가 이상하기도 처음.
꽃다발처럼 여러포기 엉겨 나오는 것들을 죄 뜯어 냈음에도
오늘 다시 가보니 또 이렇게 떼어 낼 것들이 생겼더라.
한 주먹쯤이면 그냥 데쳐 된장국이나 끓이면 될 것을 ,
다 따내놓고 보니 제법 많아 쪽파를 뽑아 가지고 올라와서 김칫거리로 다듬어 놓았다.
오전에는 마을회관에서 식사봉사를 하고 와서 바빴고
저녁에 뜯어 다듬었으니 김치는 내일 담으려고 따로 치워 놓았다.
아직도 채소값이 비싸서 이것도 귀하니 대충 버무려 놓을 생각이다.
아마도 김치호랭이 남편에게는 유용하지 싶어서...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26) | 2024.10.13 |
---|---|
기분 좋은 날. (24) | 2024.10.11 |
더워도 가을.. (34) | 2024.09.19 |
계절 착각 (26) | 2024.09.06 |
바쁘게 시작하는 9월 (25) | 2024.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