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도 폭염경보 안내문자는 숨가쁘게 당도했다.
33~34도...이게 무슨 추석이냐고 夏석아니냐는 말까지...
식구들 모여 있으니 연일 에어컨을 돌려 대고,
이 산고랑탱이도 이번 더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래도 가을.
아침으로 나가 밤줍는 게 일상이 되었다.
반은 벌레 먹어 쓸만한 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냥 둘 수는 없으니
매일 소쿠리와 집게를 챙겨 한바퀴 돈다.
며칠에 한번 주워도 되는데 우리집은 길가로 밤나무가 있어서
차가 밟고 다니니 매일 안 주울 방도가 없다.
열심이 주워 모은 것을 추석에 다니러 온 동생네와 딸에게 한 봉다리씩 우선 보냈다.
추석이 이르니 예년만큼은 아니어서 많이는 못보냈다.
우물가에 올린 수세미가 여물어 가고 있다.
천연수세미로 요긴하게 쓰이니 해마다 거르지 않고 심기는 하는데
왜이리 해가 갈수록 심드렁해지는지 제 알아서 자라 열매 열리니 보고만 있다.
올 추석에도 딸아이가 또 공진단을 40개나 사왔다.
그 비싼 것을 뭐하러 사오냐고 지청구를 해도
일년에 한번 몸 챙기라고...성의가 괘씸해서 먹기는 하겠지만
정말 무슨 효험이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라도 챙겨 먹으니 이 정도라도 유지 되는 거 아닐까 그리 여길 뿐.
딸은 굵게 딱 한가지 선물.
즈이 아빠에게는 금일봉을,
아들은 이것 저것 직장과 연관된 선물과 저는 쓸데 없다고 온누리상품권과 현금봉투.
때마다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즈이들도 숙제를 하는 것일테니 군말 안하고 가납했다.
남편과 둘이 남게 되면 다 소비할 수 없는 것들을 동생네와 아이들에게 분배해서 돌려 보냈다.
아이들은 최소한의 것만 가져 가고...
설 전날 왔던 동생네만 송편을 비롯해서 이것 저것 음식과
즈이들이 들고 온 것 보다 더 많이 얹어서 보냈더니아무것도 안하고 추석을 보냈다고...ㅎㅎ
연휴 끝날 느타리버섯과 복숭아 한 상자를 또 선물 받았다.
덕분에 이렇게 잘 먹고 살고 있다.
버섯은 양이 많아 데쳐서 소분을 해 냉동에 두었다.
버섯육개장이나 각종 찌개와 볶음요리에 유용하게 쓰이게 되겠고
넉넉하니 마을회관에도 내어 갈 수 있겠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김장무밭에서 열무를 솎아 줬다.
이제 한포기 씩만 남겼으니 잘자라 김장용 무가 되기를 바랄 뿐.
배추는 아직도 시난고난하여 오늘 농약사에서 약을 사왔다.
날씨가 더워 벌레가 안죽으니 3일 간격으로 세 번 약을 치라고 하더란다.
김장채소에 이렇게 약을 많이 쳐보기도 처음.
그나마 남은 것이라도 건져야 후일을 기약할테니 어쩌겠는가
뽑아준 열무로 오전에 서둘러 김치를 담기는 했는데
먹는 입이 적으니 소비할 일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