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을 회관에서 삼겹살을 구워 점심에 마을 어르신들 대접하고
식사후에는 오후에 내린다는 비예보를 믿고 이른 봄부터 키운 국화삽목둥이를
새로 조성한 마을 꽃밭에 내다 심었다.
고맙게도 심자마자 비냄새가 섞인 바람이 불더니
모종한 국화 잘 살아 붙으라는듯 제법 비답게 내렸다.
저녁에는 영란씨네 초대 받아 훈제목삼겹에 와인까지...
아주 꽉찬 하루였다.
어제 일이 많았으니 오늘은 식전에 밭에 나가는 것은 생략하고
아침 먹은 후에 나도 회사원처럼 9시에 출근...ㅎ
지나치게 풍성한 불두화를 계속 째려 보다가 그래도 꽃이나 지면...을 못참고
과감하게 강전지를 했다.
이 나무 말고도 두 그루가 더 있는데 그것들도 아주 싹둑 베어 내고 자르고
홀죽하게 몸집을 줄여 놓았다.
이 나무는 그래도 내가 챙겨서 이만이나 하지 다른 것들은 남편이
지지난해 윗부분만 싹둑 잘라 놓아 한 해는 꽃을 못보다가
그 곳에서 여러개 마구 자란 가지에 올해
꽃이 와서 죄 휘어지고 부러지고 ...어쩌자고 불두화는 꽃이 그렇게 크게 피느냐고,
좀 굵어진 나무를 자르자니 힘에 겨웠지만
남편을 부르면 계속 참견하며 하다가 큰소리 나지 싶어 혼자 하고 말았다.
자르다 보면 이거 자를까...? 하다 저 거, 그렇게도 되는데
남편 불러 놓고 그렇게 변덕을 못부릴테고,
어쨋든 엄청 무지 힘센 할매가 나무를 잘라 놓았으니
치우는 것은 남편 보고 하라고 했다.
내가 치우려고 보니 엄두가 안나서...
초토화 된 불두화 잔해
잘라 놓은 꽃에게 미안해서 항아리에 돌절구에 잠깐이라도 더
꽃으로 있으라고 꽂아 놓았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심을 때는 알았는데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잎을 보니 아마도 왼쪽이 양배추 오른쪽이 브로콜리가 아닐까? ㅎ
작약/소르벳
열무가 더 이상 밭에 두면 안될 만큼 자랐는데
상추 물김치 겨우 익어 먹기 시작인데 어쩌나 싶다.
오후에는 얘를 그래도 김치를 담아야겠다.
어쨋든 일은 늘 있고 한가할 틈은 없는게 이 계절 시골살이 사정이다.
남편은 마을어르신들과 외식
혼자 먹는 점심 상추물김치에 곤약국수를 말았다.
참깨 솔솔 참기름 한 방울.
이게 내 점심 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