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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꽃의 인연

by 풀 한 포기 2024. 4. 29.

옮겨 심은 은방울꽃이 조금 션찮기는 하지만 꽃이 피었다.

올 한해 터를 잘 잡으면 내년에는 제대로 군락을 이루지싶다.

우리집은 터가 넓으니 아무리 흔둥이래도 한꺼번에 많이 모아 심어야 존재감이 있다.

야생성이 강한 꽃이니 대~충 두어도 잘 살아 내겠거니 믿는다.

어제 심은 호박 모종

길고 크게 열리는 우리 토종 호박이다.

아침 일찍 어제 심은 모종들이 밤새 안녕한지 보러 내려 갔다가

멀리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산을 바라 보았다.

산에 들어 살아도 산은 늘 새롭기만 하다.

이제 초록이 더 짙어지고 숲이 무성해지면 맘놓고 산에 오르기도 쉽지 않으리라.

밭둑에서 겨울을 나고 꽃대를 올리고 있는 디기탈리스

산골 밭가에서 자랄 꽃은 아닌데 팔자가 기구해서 예까지 와서 살고 있다 ㅎ

그렇게 까지 발아율이 좋을지 몰랐다는...

마을 꽃밭으로 동네 형님들에게도 여러 포기 씩 나눔하고도 넘쳐나니 여기까지 심게 된 것.

이년초라서 지난해는 어쩌다 한 포기씩 꽃이 왔으나

올 해는 그야말로 디기탈리스 천국이 되게 생겼다.

절로 나는 머위.

연한잎 일때는 나물로 또 이렇게 대궁이 자라고 있으니

머윗대나물로 여러모로 쓰임은 많으나 내가 취할 수 있는 양은 얼마 안되니.

일삼아서 베어 여기 저기 나누어 줘야 한다.

머윗대를 좋아하기는 해도 이 골짜기 까지 와서 베어가라고 하기는 좀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베어 내려 간다.

풀대신 크라고 길섶으로 심어 둔 비비추.

연하게 싹이 나올 때 고라니가 일차 뜯어 잡수시고 다시 힘을 내어 잎이 나오고 있다.

고라니가 은근 미식가여서 아주 연하고 보드라울 때만 뜯어 먹고

좀 자라 잎이 뻣뻣해지면 안건드리더라.

잎 끝으로 고라니 이빨 자국이 남아 있는게 보인다

올 봄에 들인 헬레보루스 네 가지 중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더불엘렌핑크라는 이름의 꽃이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웠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꽃이 핀다하여 속칭 크리스마스로즈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월말부터 3월초에 걸쳐 꽃이 피어 한달 이상을 지속적으로 꽃이 피는

아주 화기가 긴 꽃인데 얘는 늦게 심기도 했고

우리집이 산에 면해있으니 기온이 좀 차가워 그런지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내년에나 꽃이 오려나 했는데 일단 횡재했다.

같이 들인 다른 것들은 겨우 새 잎을 올리고 있는데 이 한가지만 꽃이 핀 것.

기왕에 있던 다른 종류의 헬레도 포기 나눔을 해서 다섯 곳으로 늘려 놓았다.

이쯤 해두고 이제는 포기가 풍성해져 무더기로 꽃이 오기만을 바라면 되겠다.

조금씩 색이 다른 매발톱들이 피고 있다.

이 진가지색 매발톱은 거의 20년전에 멀리 충북에서 씨앗을 보내 주신 것인데

좀 특이한 색이어서 색이 섞일까 봐 따로 기르고 있다.

그 때 함께 보내 온 나물 씨앗이 우리집 나물밭의 시초가 되었다.

곤들레, 영아자 참나물.... 참 오래된 무던한 인연이다.

올 봄에도 꽃 몇 가지를 보내 왔는데 그냥 주고 싶은게 생각 나면 보내 주신다.

몇년 전에는 수양백도화도 보내 주셨고...

나는 별로 드릴 게 없어 매번 거의 받는 쪽이다...

그리고 대구에서도 정말 많은 꽃을 보내 주시는 분이 계시다.

우리집 꽃밭의 수종 다양화에 지대한 공덕(?)이 있으신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이 연못을 어쩔....

남편은 오늘 또 연못에 들어 갔었다.

영 모양새 안나는 그물망.

그물과 그물 틈새가 넓어서 저 곳으로 새도 고라니도 다 들어 가겠다 했더니

왜가리가 바보냐고 날개를 펼치면 1 m는 되는데 거길 들어가겠냐고...ㅎㅎ

영 맘에 안들어 몇 마디 거들다가 한마디만 더하면 싸우지 싶어

나물 한바구니 뜯어 마을회관에 내려 갔었는데,

잘 안오던 남편이 식사시간에 맞춰 와서 함께 밥을 먹고 올라 왔다.

어쨋든 수련 몇 포기 심어 놓고 생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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