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결에 산에서 꺾은 고사리를 선물로 놓고 간 사람이 있다.
여러 시간 애썼을 것을 생각하니 고맙고도 미안하다
이른 시간 산에 들어 맘 먹고 꺾어야 되는 것을 알기에 선뜻 그냥 받기가 좀 그랬다.
빈 손으로 보낼 수가 없어서 급하게 이것 저것 챙겨 들려 보내고
서둘러 물을 끓여 삶아 널었다.
나는 아직 이 정도 되는 고사리를 삶아 말려 본 적이 없는데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해본다.
밭 귀퉁이 절로 나는 돌미나리
물이 흔한 골짜기이다 보니 예전에는 논이었던 곳이라서
도랑을 내고 물을 돌렸어도 미나리가 자랄 만큼 젖은 곳이 있다.
욕심 낼 일이 아니어서 딱 요만큼만 잘라 왔다.
이 미나리 먹으려고 고기 사러 나갔다 왔다는...
낚시 다녀 온 남편과 고기 구워 상추쌈위에 생미나리 얹어 볼이 미어지게
저녁 한 끼 자알 먹었다.
화수분의 계절.
어디를 둘러 봐도 온통 먹을 거 천지.
그 저 부지런만 하면 되겠다.
마을회관에서 쓸 머윗대를 자르러 갔다가 마을 형님댁에도 드리려고
좀 넉넉히 베어 챙겨 놓고 건너다 보니 미나리밭이 보여 조금 잘랐으니
우리집에 쓸 머윗대는 다음 기회에....
등심붓꽃이 별처럼 피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붓꽃중에 그중 작은 꽃이다.
날이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절대로 안 피고 해가 있는 날 한낮에만 피는
말하자면 해바라기다.
내가 애지중지하는 흰색의 매발톱이다.
이렇게 순수 흰색의 매발톱은 특히 귀해서 교잡을 잘하는 특성 때문에
따로 멀찌감치 심어 두고 있다.
절로 떨어진 씨앗에서 자연 발아가 잘되는데 이 아이만 유독 늘어 나지를 않아
늘 조마 조마 그냥 사라질까 마음이 쓰인다.
오늘은 큰꽃으아리가 이쁘게 피겠거니 했더니
어제 그제 아침 기온이 쌀쌀하다 못해 추운듯 싶더니 꽃잎 끄트머리리가 갈변을 했다.
서양의 크레마티스 보다 한결 더 우아한 우리 토종 꽃이다.
클레는 아직 봉오리 상태이니 조금 기다려 보면 되겠다.
오늘 아들 회사에서 근로자의 날 선물이 내게로 배달이 되었다.
이게 내 차례까지 오면 안되는 것인데
아들이 취할 형편이 아니니 내게로 보내 오는 것이라서
선물을 받아도 기쁘지 않은 이런 마음.
그 아이는 왜 그리 서둘러 가버렸을까...
가끔 보는 이들은 내게 얼굴이 좋아졌다고 인사를 한다.
점점 좋아지는게 당연하다 싶어도 일면 죄스럽기도한 묘한 기분이다.
내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좋아지는게 너무 염치없는 일이 아닌지,
일 년 사이에 너무도 많은 것이 변했고
나는 몸도 마음도 십년은 더 늙어 그 이전의 상태로는 절대로 돌아 가지 않겠지만
그래도 무심하게 세월은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