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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추억의 골담초

by 풀 한 포기 2024. 4. 18.

어린 날 우리집에는 뒤란 언덕으로 골담초가 무더기 무더기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약초 라고 키우셨는데

꽃이 피면 이 꽃을 따서 버무리 떡도 해주셨고.

가을 지나 겨울이 되려 할 때쯤에는 뿌리를 캐어 달여서 그 물로 감주를 해주셨다.

뼈에 좋은 거라고 먹으라...먹으라 해도 어린 내 입맛에는 그 특유의 향도 싫고

여늬 식혜와 같지 않고 색이 좀 회색빛을 띠어서 웬만하면 안먹으려고 피해 다니던

그런 기억이 있다.

이제 와서 내 집에 이 골담초를 키우며 꽃이 피는 이맘 때는

어김없이 할머니 생각이 나곤 한다

이름이 骨擔草.이니 정말 뼈에 좋은 성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좋다 싶은 것은 뭐든지 먹이려 하셨던 열혈 할머니셨다.

십년쯤 전에 여리여리한 가지 한 개 꽂아 키운 것이 한 아름도 더 되는 무더기가 되었다.

꽃모양이 꼭 아카시와 비슷한데 가시가 많아 쉽게 손을 댓다가는 찔리기십상이다.

나는 그저 꽃만 하염없이 바라 보다 꽃이 지면 그 뿐.

할머니처럼 떡도 식혜도 하지않으니 보는 것만으로 열일한다 ^^

내 유년의 기억은 참 따뜻하고 평화로워서

할머니는 빈 땅만 보면 콩이라도 한구멍 더 심으려 하시고

어머니는 할머니 지청구도 못들은 체 여기 저기 꽃을 심으셨었다.

옛어른들은 땅은 곡식을 심는 것이지 꽃을 심는 다는 생각을 못하셨으니...

어머니가 기르던 바닥으로 기어가듯 퍼져 자라는 향나무가 있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다녀와 보니 할머니께서 그 향나무를 새끼줄로 감아서 들어 올려

옆에 있는 감나무에 매달아 놓으셨더라..

나무가 위로 자라야지 땅만 많이 차지한다고...ㅎㅎ

그나마 며느리가 심은 것이라고 뽑아 버리지 않으신 것만도 ...

이곳에 터를 잡고 노년의 삶을 이어가는 것도 다 어릴 적 그런 추억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기 저기 꽃을 심으며 추억속의 어머니 꽃밭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모과나무 꽃이 피었다.

멀리서 바라 보니 분홍의 색이 보여 가까이 가니 이렇게 요염하게 꽃이 피었다.

모과나무꽃도 탱자나무 꽃 만큼이나 쌩뚱 맞다.

어디 이 꽃에서 그 울퉁불퉁 크고 못생긴 모과가 열리리라 짐작하겠는가.

여기 저기 봄에 필 수 있는 꽃들은 모두 피고 있는듯하다

이것 저것 챙겨 딸아이 올려 보내고

나는 또 내 천직 풀 매는 본업으로 돌아 왔다.

뽑아도 뽑아도 해결이 안되는 쇠뜨기...

누가 쇠뜨기가 어딘가에 좋다고 소문 좀 안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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