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망설임 끝에 가족 사진을 떼어 내고
그 빈자리 자꾸 눈에 거슬려 남편이 어릴 때 그렸다는
우리집에 전설처럼 남아 있는 그림 한 장 대신해서 걸었다
가족 사진 속의 해맑은 그 아이를 보는 것도 이제 더는 힘들어서
한 해의 끝자락에 그것도 정리라고 매정하게 떼어 버렸다.
내일은 딸과 아들이 오기로 했다.
한 해의 마무리와 또 새로운 해를 함께 맞이 하자고...
아들이 와서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어서
구들방에 군불도 지피고 청소도 하며 이것 저것 그 아이 흔적을 지웠다.
마음에서야 어찌 잊어 질까만서두.
마음 심란하여 애들 오면 먹인다고 핑곗김에 종일 부엌에서 서 있었다.
갈비도 재우고 육개장에 갈비탕에 무슨 음식에 포한들린 사람처럼
아무 날도 아닌데 잔치상 차릴 듯이 장을 보고
밤도 까고 은행도 껍질을 벗기고 엄청난 음식을 할 것처럼 그냥 바빴다.
참으로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사람 살이가 이렇게 모질고 어려울 수가 있었을까.
새해에는 좀 평안히 보내자고
남편이 내게 써 준 글귀다.
아직 새해는 안되었지만 말하자면 신년휘호
저 글귀에 내 소망도 함께 얹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