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구엽초도 내게는 꽃이다
몇년 전 친한동생네서 어린묘 몇 포기 옮겨 심은 것이 이제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
뭐 어디 어디에 좋은 약초라 하고
울 서방은 이 약초를 넣어 담근 술을 좋아라 했지만 그도 한 때
지금은 우리집에 심지구엽초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지 싶다.
줄기 하나에 세가지로 뻗어 각가지마다 잎이 세개씩 나온다고 삼지 구엽초라고...
남편은 정확하게 9시에 출근(?)하여 저 아래 먼 밭을 갈고 있다.
나중에 들깨나 심을 것이지만 풀이 무서워서...
지금 한번 갈아 엎어 놓아야 나중에 풀하고 씨름에서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하고,
나는 오가피 순을 따고
남편은 엄나무를 톱으로 잘라가며 그 순을 땄다.
웬만하면 뭘 해달라고 안하고 내가 하고 마는데
엄나무는 키가 너무 크고 가시가 무서워 할 수 없이 나무 베어서 따 달라 했다.
남편은 알아서 하는 것은 거의 없지만 부탁 또한 거절하는 법은 없다.
그저 순하고 약한 척하며 살살 달래어 뭐든 부탁해야하는 게
우리 남편 사용설명서에 적혀 있는데 내가 그것을 종종 까먹기도 하려니와
당췌 요구가 없는 내 성격에 안맞아서 그냥 사서 고생하는 셈이다. ㅎㅎ
수사(서부)해당화
어린 묘목을 심어 몇 년이 지난 올 해 처음 꽃이 왔다.
세 그루 심은 중에 한 그루만...
그것도 요렇게 달랑 세 송이.
나무꽃은 참으로 지난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언제 꽃을 보나 싶어 꽃이 핀 나무로 한 그루 터억 사다 심을 때도 있지만
오래 기다려 보는 그 재미 또한 가볍지 않다.
오전에 잠깐 은방울 꽃을 몇 포기 옮겨 심어야지 하던 것이
옮길 자리 풀을 매다가 보니 점점 그 옆으로 옆으로 본격 풀을 매주게 되고
정작 나중에 은방울 꽃을 옮겨 심을 때는 힘이 빠져서 몇 포기 안되는 것이
왜 그렇게 많아 보이는지..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일을 몰고 온다.
우물가 옆으로 비교적 그늘이 많고 땅이 척박해서 뭘 심어도 신통치 않아
어디 구석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던 은방울꽃을 옮겨 심기로 한 것.
꽃은 잠깐 숨어 피지만 그 푸른 잎이 번성하면 풀도 이기고 괜찮을듯 싶어 그러기는 했는데
본래 있던 자리에 있던 것을 다는 못 옮겼다.
내일 비소식을 믿고 일단은 물을 듬뿍 줘가며 심어 놓았다.
집 뒤란으로 싸리 조팝도 피고
복숭아 꽃은 화관처럼 넓고 둥글게 꽃이 피었다
남편이 밭을 가는 것을 내려다 보며
툇마루에 앉아 친구가 요즘 꽂혔다는 `엄마의 봄날`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문득 엄마가 보고 싶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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