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저 사나운 가시.
여리고 이쁜 꽃을 지키려니 가시끝이 붉도록 독기를 품었나....
꽃만 따로 보면 절대로 탱자에 줄긋기는 쉽지 않다...
이 탱자 나무의 사연도 깊다.
사부님이 씨앗으로 발아 시켜 묘목으로 키워 가져다 준 것인데
옛날 어디 과수원 울타리로나 심었지 관상수로 심기에는 좀 그래서
기왕에 묘목을 만들었으나 용처가 없어 터 넓은 우리집에 버리듯 던져 놓은 것을
어렸을때 기억속의 탱자나무 울타리를 생각하며 비닐하우스 맞은편 도랑옆으로 심었는데
이제는 제법 울타리 같기도 하고 꽃도 피고 나름 존재감도 있다.
전지할 때 아주 난감하지만 일년에 한번이니...
처음 묘목이 많아 몇집 나누어 주었는데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집은 하나도 없다.
꽃이나 나무를 나눔할 때 잘 키울거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기는 주지만 영 미심쩍은 사람도 있기 마련.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못키울 거 같은 사람이 더 꽃욕심을 내더라고...ㅎㅎ
진짜 잘 기르는 사람은 걱정도 많고 조심스러워하며 그 꽃의 성질을 알려 하는데
그저 달라기만 하고 어찌 키울지는 생각도 안해보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누가 잘 키울지 딱 안다 ..그런 사람에게는 뭐든지 더 많이 주고 싶다는...
올해 처음으로 꽃이 온 체리나무
지난해에도 꽃이 피긴 했는데 달랑 세 송이던가...
사진으로만 보고 주문해서 심었는데 두 그루 중 하나만 살아 꽃이 피었다.
열매까지는...좀 과한 욕심일까?
이스라지
만첩복사나무 쭈욱 자라 꽃이 피고 있다.
나무꽃은 해가 거듭할수록 보기 좋아지니 기대를 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
수형이 잘잡힌 능수백도화...
머잖아 저곳의 주인이 되지 싶다.
밭으로 하나 가득이던 튤립이 이 원종 빨간색만 남고 다 사라졌다.
가지 가지 화려하던 그 튤립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예쁘게 꽃을 보려면 해마다 구근을 사서 보충해 심어야지
그냥 두면 3~4년이면 다 퇴화가 되는듯,
장미조팝이 작고 화려하게 피고 있다.
이 꽃이야말로 한 송이 한 송이 자세히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부 부케에도 들어 가는 꽃이라고.
토종붓꽃
우산나물
어찌 꽃만 예쁘겠는가
붓꽃의 새 잎은 기개가 있어 보이고
우산나물 여린 순은 접힌 우산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모습이기도 하고
꽃이 아니어도 이 봄 날을 채우기에 충분하지 싶다.
꽃만 보며 우아하게 살 것 같지만 실상은 이렇게 상놈으로 사는 게 젤 루 편하다
남편은 낚시를 갔고 오늘도 역시,
오전에는 마을회관에 가서 급식봉사하고 점심을 먹고 왔으니
저녁은 혼밥.
지천에 있는 봄나물 살짝 데쳐 넣고 들기름에 고추장 한 숟가락.
두릅, 취, 오가피 순, 쑥부쟁이, 참나물...있는대로 몽땅 양푼에 넣어 쓰윽쓱 비볐다.
따로 상차릴 것도 없이 수저 하나 꽂아 먹기 시작이다..ㅎ
봄이 입안 가득.
세상 부러울 일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