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엊그제 한소리 듣더니
대오각성한듯 정말 알아서 김장채소 심었던 밭의 비닐을 걷고 밭을 갈고 있다.
대~충 갈아 놓고 퇴비를 넣어 다시 곱게 갈아 고랑을 지을 것이다.
다음달에 감자를 심을 밭인데 저 밭의 반정도만 심으면 되니 조금만 해도 되는데
그 기왕이면 병이 도져서 맨윗밭의 대부분을 힘들여 밭갈이를 하고 있다.
진즉에 완두콩을 심었어야 하는데
밭도 마련이 되지 않았고 또 날씨가 매일 비가 내려서 미루고 있다가
풀투성이 밭에 내가 호미를 들고 앉으니 남편이 한심해 보였는지
딱 완두콩 심을 지리만 먼저 로터리를 치고 있다.
구색맞추듯 완두콩을 열댓 구멍만 심을 거니까 아주 조금만 밭을 장만하면 된다.
그리고 좀 늦게 심으면 수확도 천천히 하면 될 일.
훌륭한 내 아침 밥이다.
채소와 계란 불루베리 그리고 검은콩으로 만든 두유
얼마전에 들인 두유제조기.
마른콩을 씻어 넣고 약 30분이면 뚝딱 두유가 만들어 진다.
내가 사 본 주방 가전제품중 그중 신박하다.
좀 조용하면 금상첨화겠지만...ㅎ
아침 이른 시간에는 시끄러워서 돌릴 수가 없어서
낮동안에 혼자 돌아 가게 해놓고 나가서 딴일을 한다.
어쨋든 덕분에 밥상도 풍요로워 지고 어찌나 곱게 잘 갈려 만들어지는지
여름에 콩국수를 만들어 먹어도 좋게 생겼다.
콩을 담가 불려 삶고 껍질 벗겨 갈아 내고 그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되니 세상 좋다.
아침을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무 두 그루 전지 하고
월동 시금치 밭의 풀을 뽑아 주고
그 옆댕이 수선화 밭 하나 풀을 뽑아 주었다.
이 수선화는 새로 심은 것이 아니고 묵은 밭이다
대부분 삼년 정도마다 구근을 캐서 다시 심는데 이곳은 그냥 두었더니
겨울을 난 풀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어서 끝이 좁은 날렵한 호미로 살살 풀을 뽑았다.
아직은 물기가 더 빠져야 밭을 매기는 좋겠더라
풀뿌리에 흙이 한덩이씩 붙어 나오니 마음만 급하지 당췌 능률이 안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