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서리가 늦다
시월 초순에 갑자기 춥더니 그 이후로는 평년기온을 웃돌아 아주 포근하니
무서리 한번도 안내리고 밭에 호박잎도 아직 싱싱하다
그래도 절기상 더 두면 안되겠다 싶어 조금 심은 생강을 캤다.
열 두개를 심어 열개가 살아 우리 먹을량은 충분하고
배추 가지러 오는 동생과 남편 친구네도 조금씩 나눌 수 있겠다.
올해는 내가 조금씩 심는 작물을 하나도 안 심어서
가을이어도 그리 바쁘게 거둘 것은 없었으나
빈 밭에 남편이 들깨를 심어 40kg이나 수확했다.
들깨는 심는 것만 함께하고 베거나 털어 검부래기 바람에 날리는 것까지 남편이 했다.
마무리로 햇볕에 말려 저장하는 것은 내 차지.
몇 뿌리 남은 당근도 캤는데 모냥이 참...
시장에 나오는 그 미끈하고 이쁜 당근은 어떻게 심는지
내 재주는 맨날 이 모양이다.
늦게 열리기 시작한 차요테도 한소쿠리 따서 종자용은 따로 담아 놓았다.
좀 여물어야 종자로 쓸 수 있어서 익을 때를 기다렸다.
어린 것들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지만
딱딱하게 여문 것은 껍질을 벗거야한다.
껍질 벗기는게 고역이지만 그래도 물김치를 담을 때는 딱딱한 것이 좋다.
늦게 열린 애고추를 마지막이다 싶게 따서
굵은 멸치와 함께 푸욱 졸여 놓았다,
며칠 밑반찬으로 먹을 수 있겠다.
서리 내리기 전에 해야 할 밭일은 거의 마무리가 됐고
좀 더 추워지면 수국이나 핫립세이지등 월동이 어려운 것들은
짚으로 싸고 비닐로 감싸 주어야 한다
숙국은 추위 감응을 시키고 하면 되니 아마도 김장을 하고 나서 해도 될 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