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오래된 취미중 한 가지가 낚시인데
봄부터 초겨울까지는 물낚시를 하고 한겨울에는 더러 얼음 낚시도 가기는 하지만
추워지면 찌를 만드는 것에 몰두한다.
우리가 집을 짓기 전에 여러해 주말에만 쓰던 임시거처를 창고로 쓰다가
몇년 전부터 아예 남편의 찌를 만드는 공방으로 쓰고 있을 정도
그곳에는 작은 선반기계와 각종 연장과 도료들이 한가득
얼핏보면 수제찌 만드는 공장.
먼지가 나거나 하는 선반작업과 냄새가 나는 칠은 그곳에서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섬세한 작업은 집안으로 가져다 펼쳐 놓아서
내가 질색을 하고 말려도 마이동풍 .
이건 파킬라라는 나무가 고사해서 묵으면서 생기는 썪은 무늬를 살려 만드는 찌.
누가 화분에서 키우다 버린 것을 줏어 들고 왔더라...
어떤 때는 수숫대도 잘라 오고 찌를 만드는 재료가 될만한 것은 별 걸 다 가지고 온다.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쓰지만 간혹 천연 재료를 쓰기도...
요즘은 밤낚시에 쓰는 야광찌도 만드는데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다른 놀이에도 다 비용이 드는데 그거에 비한다면 약소하지...
소일삼아 만들어서 주변 지인들과 나누는 재미로 남편은 이 겨울이 오히려 짧겠다.
엊그제 남편은 저어기 해남. 영암쪽으로 낚시를 떠났다.
따뜻한 남쪽나라 찾아 가듯이 ...
처음 예정은 2박 3일 이다가 하루를 더 묵어 온다고 전화가 왔다.
늙은 남자 둘이서 그 먼곳까지 무슨 정성이 치뻗쳐서 아직 추운 이 겨울에 낚시를 떠났는지.
나는 그 심사를 짐작도 못하겠으나
며칠 집을 비우니 나는 방학한 것 같이 조금 한갓지고 편안하다
혼자 사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더러는 좀 떨어져 있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은듯...ㅎ
내일이면 돌아 온다니 내 짧은 방학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