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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숙제 하듯...

by 풀 한 포기 2024. 1. 11.
 

마을 일 이라는 게 하나가 끝이 나면 또 그다음의 일이 늘 기다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의 식사봉사는 기본이고

평균 할 달에 한번 정도는 큰 마을행사를 치르게 된다

년말과 년초에는 대동계라던가 노인회와 부녀회 마을 조직의 년말결산과 정기총회가 있고

설을 앞두고는 떡국떡 나눔행사 설이 지난 후에는 대보름행사로 우리마을은 서낭제를 지낸다

뒤이어 음력 이월 초하루에는 머슴날이라하여

옛부터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음식을 베풀고 즐기던 세시풍속이 있는데

이즈음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의 의미로 좋은 음식으로 마을어르신들을 대접한다

그 이후에도

단오라던가 초.중.말복 복달임에 칠석날 그러다가 추석 언저리 송편나눔을 하고

동지에는 떡이나 팥죽을 끓여 또 잔치.

간간히 주민 개인 경.조사의 답례를 마을회관에서 하기도 하고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어제는 노인회와 부녀회의 정기총회가 있었다.

일을 또 벌이는게 무서워 노인회 끝나 점심식사 후 부녀회를 같은 날 해치웠다 ^^

올해 노인회총회는 검소하게 준비해 달라는 주문이 있어 비교적 가성비 좋은 음식으로

간단하게 준비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게 늘 숙제처럼 은근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산안에서 음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또 풍성하면서 맛도 좋아야하는 ...

물론 여러사람 의견을 들어 결정하지만 크게 재량권을 주듯이 알아서 하라는 그 말이

진짜 제일 큰 부담이기도 하다.

어제 메뉴는 주민 한 분이 프라이드 치킨을 협찬한다해서 처음 정한 대로 못하고

갑자기 쇠고기뭇국을 버섯육개장으로 바꾸고 버섯전을 빼고 코다리 조림을 넣고

오징어미역초와 브로콜리 초장 그리고 잡채 과일 그 정도로 준비를 했다

늘하던 떡은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사진의 차림에 코다리찜과 버섯육개장을 올려 대접했다는...

문제는 다들 연로하시니 본격적인 일꾼이 없다는 것.

poto by 영란

노인회야 명칭대로 다들 어르신인 게 당연하다해도

부녀회 조차도 좀 젊은 사람은 눈씻고 봐도 없다...ㅎ

이게 농촌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마을의 주류는 80대이고 70대도 몇 명 밖에 안되고 60대와 50대도 마찬가지.

이 마을이 언제까지 현상황이라도 유지가 될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 마을에 사는 세금이라 생각하고

한차례는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속으로 점점 겁이 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이 텐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이제 겨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니 아자! 힘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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