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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새로 시작

by 풀 한 포기 2024. 1. 7.

 
 
한 해 농사를 새로 시작하라고 영농일지가 도착했다.
직불금을 받으려면 의무교육을 받고 영농일지를 작성해야하는 의무조항이 있다.
뭐 대단한 농사라고 일지까지 쓸까만은
최소한 지난해에 언제 무엇을 파종했고 필요한 농자재를 뭐를 샀는지
그 정도만 알아도 사실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한다.
의무교육도 내 경우에는 모바일로 간단하게 받는 것으로 가름하는데
더 연로하신 분들은 이도 저도 어려우면 최종적으로 
마을회관에 모여 영상자료로 학습을 하게 해주니
교육을 못받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없다.
 
시골에 살고 보니 이런 저런 소소한 혜택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농촌의 어려움도 많지만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정책도 많고
노년에는 도시에서의 생활 보다 시골살이가 더 풍요롭지 않나 생각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경우에는 평생 농사만 짓던 분들이 대부분인데
농민 수당과 직불금을 받고 또 국민연금이 있거나 재산이 적으면 노령연금을 수령하니
도시보다 생활비도 적게 들고 식량은 지급자족이 가능하니 훨씬 윤택하게 지내는 듯 싶다.
게다가 효심 가득한 자녀들의 도움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나는 시골살이를 40대에 계획을 세워 퇴직 후 자연스럽게 정착을 했는데
그 때에 가장 용기를 갖게 된 것이 어느 분의 강연에
`검소함도 자산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공무원으로 퇴직은 했지만 연금법이 개정 된 이후에 퇴직을 했고
속사정이야 있지만 크게 모아 놓은 재산도 없었으나 
소액이지만 연금이 나오고 작게 농사도 짓고 최대의 자산인 검소함이 있으니
별 걱정없이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남편이 먼저 내려 와 집도 짓고 기본적인 생활 터전을 마련해 놓은 것이 
내가 내려 올 때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래도 처음 일 이년은 긴장하면서 아주 긴축생활을 했었다.
경제활동할 때와 비교하면 거의 1/3 으로 수입이 줄고 실제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 가는지 
살아 봐야 답이 나오기 때문에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 그 때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지만 큰 걱정 안해도 그럭저럭 
남은 여생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적당히 외로움을 즐기는 성격이니
이 외딴 골짜기 산자락에 터를 정해 마을과도 적당한 거리가 유지 되는 것도 좋고
무슨 짓(?)을 해도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더더욱 좋다
햇살 따사로운 겨울날 이렇게 집주변 산자락을 어슬렁 거리며 다녀도 되고
 노년의 생활이 이만하기도 쉽지 않겠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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