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첫눈이 내린다
첫 눈치고는 제법 눈스럽게 앞이 안보일 정도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아직은 가을의 끝자락쯤이라고 우기고 있는데
단박에 아니...겨울이라고,
이렇게 한 나절 내린 눈은 내리는 것과 녹는 것이 동기화 되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밤 새 다시 내린 눈이 예보에는 1cm라더니
예상을 뒤엎고 수북...수북...
아침 일찍 배추를 뽑으러 온다는 남편 친구네는 어쩔...
밭에 있는 배추가 안보일 정도로 눈이 쌓였다,
다행히 알타리와 무는 비닐로 덮어 놓았지만 이거 다음에 오라고 해야하나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데 벌써 도착해서 유구장이 서는 날이라서 그곳에서 장보고 있다는 전화.
그나마 크게 춥지는 않으니 해만 난다면 눈은 곧 녹지 싶기도 하고
기왕에 왔으니 놀다 보면 뭔 수가 생기려니 하고 집으로 빨리 오라고 했다.
다행히 점심을 먹고 나니 해가 나서 눈은 다 녹았지만
이 이쁜 풍경 또한 사라져 버렸다.
11월 중순에 내린 첫 눈도 생경하고
그것도 이리 많이 쌓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점점 날씨를 종잡을 수 없으니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오후에 밭으로 내려가 배추를 따고 무를 뽑고 갓도 도려 내고
알타리를 뽑아 대강 다듬고 쪽파도 양지쪽에 앉아 다듬어 봉지에 담고
미리 챙겨 놓았던 마늘과 생강 양파도 잊지 않고
보내야 할 것들을 다 챙겼다.
늙은 호박 한 통까지...
이제 부터는 한갓지게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되니
저녁에 수육을 삶고 한 상 차려 술도 마시고 회포도 풀고
밤늦도록 오랜만에 그런 분위기를 즐겼다.
채소를 가져 가 또 할 일이 있으니 오늘은 아침만 먹고 친구네는 떠났다.
차의 뒷부분이 묵직하도록 맘껏 챙겨 보냈으니 그도 흐믓하고.
모처럼 시골나들이에 눈 내린 절경도 함께 보고 간 것은 보너스.
시골살이를 하며 농사지어 이렇게 나누는 재미를 느끼는 것은 한편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이제 밭에는 내가 마무리 해야할 배추와 무만 남았다.
서두를 일 없으니 날을 봐서 배추를 따서 저장도 하고 김치도 담아야하고,
무는 저장은 조금 해 놓았지만 남았으니 무말랭이도 하고 우선 먹을 것들을 챙겨야겠다.
이렇게 또 한 해 농사 마무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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