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참 줄기차게도 내린다
그것도 겨울비가....
밤새 요란한 소리, 잠결에는 여름 소나기처럼 들렸을 정도.
오늘도 하루 종일을 내리고 그래도 미진한지 당췌 그칠 줄을 모른다.
남편이 앓던 감기가 기어코 내게로 옮겨 와 여러 날 아주 애를 먹이고 있다.
처음에는 목이 잔뜩 가라앉아 소리를 낼 수 없다가
목이 트이고 나서도 어디라 딱히 말할 수 없게 그냥 아프다.
몸이 아플 때는 그것도 전력 투구하듯 열심히(?) 아파야 짧게 고생하고 마는데
이 일 저 일 모르는 척 하지 못하고 몸을 움직였더니
아무래도 덧거슬렸는지 영 명쾌하지가 않다.
날씨 탓도 있고 이래 저래 마음까지 가라 앉아 매사 의욕상실 상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해야하는 마을 일에
때가 때이니 만큼 여러 행사가 있어 몸을 써야 되는데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다
지난 주말 아들이 내려 왔을 때
티 안내고 매끼 밥을 해 먹였더니 아들을 보낸 후 몸은 더 안좋아졌다.
감기쯤이야 며칠 지나면 거뜬했는데 아무래도 늙은 탓이다.
오늘은 더 이상 늘어져 있지 않으려고 오전에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밤새 내린 비로 개울은 여름의 그것과 같이 세차게 물이 흐르고 있다
겨울비는 분명하지만 봄 비의 느낌이 더 짙다.
제대로 시작도 안한 겨울을 건너 뛰고 봄인 것 처럼....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 겨울추위가 올 거라고 여기 저기 겁을 주지만
겨울이 겨울 다워야지 그게 무에 대수라고....
비를 맞으며 길섶으로는 개나리가 본격적으로 피었다.
한 두 줄기 그냥 철 모르고 핀 게 아니고 봄풍경이라 해도 믿게 생겼다.
이 골짜기에 터를 정한 후 이런 겨울은 또 처음이지 싶다.
비가 그치고 강추위가 온다하니
때를 모르고 피긴 했지만 그냥 얼어 버릴까 안타까워
개나리 몇 가지 꺽어 와 병에 꽂았다.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야겠다.
내일은 마을 행사 준비로 장도 봐야 하고 또 일요일에는 그 본행사인 대동계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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