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소국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 이쁜 꽃길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지만
날씨에 비하면 이 정도로도 황송할 뿐,
몇 년전 국화 분재 수업을 받으며 십여 가지 정도의 소국 종자를 구해 심었는데
스스로 퇴하하는 게 대부분.
아마도 개량된 것들은 생명력이 그닥 질기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너 댓가지 정도,
차를 만들 수 있는 어자국도 노랑의 존재감을 들어 내고 있다.
여치 한 마리 마지막 가을 햇볕을 즐기려는 듯 국화향을 탐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가을 기온,
좋다고 말 하기도 어렵고 아무튼지 모두가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듯.
노랑나비 두 마리도 끝물인 천일홍의 아직 남아 있는 꿀을 찾고 있는듯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핫립 세이지가 드디어 핫립이 되어 올해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다.
모양은 체리 세이지와 같으나 체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붉은 꽃으로 피고
이 핫립은 더울 때는 흰색과 붉은 색 한가지로 피다가
이렇게 조금 서늘한 알맞은 기온이 되면 흰바탕에 붉은 입술을 하고 피어 난다.
금어초가 날씨가 좋아서인지 본래 성질이 그런 것인지
가을로 들어서며 오히려 존재감 뿜뿜이다.
겨우 두 포기지만 멀리서도 잘 보인다.
무리지어 키워도 괜찮을듯...
집 마당끝으로 내려온 단풍.
올해의 단풍은 예년만 못하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던데
어디 멀리 갈 게 무어냐고 이렇게 집에서 단풍 놀이 하지 뭐.
미레를 데리고 저녁 산책을 나섰다.
산자락에 살며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길을 따라 오히려 마을로 내려 갔다 온다
샛노랑은 아니어도 은행나무 단풍이 들어 우수수 떨어진 길.
낭만 강아지 우리 미레가 한껏 즐기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쓸쓸한 가을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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