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골짜기에 터를 정하고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것은 처음이지 싶다.
양쪽 계곡이 엄청난 물이 흘러 아주 시끄럽다.
그나마 뒷산은 건드린 적 없고 뒤란 언덕으로도 관목들이 엉겨있어 산사태 위험은 없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아주 낮게 드리웠지만
지난 밤부터 비는 내리지 않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에
그야말로 호랑나비....흰 나비 춤을 추며 꽃을 찾아 왔다.
이렇게라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일주일의 짧은 생애 후손을 남기기는 어려울 테니...
홑겹의 봉숭아가 지천으로 피었다.
탐스런 장미 봉숭아는 아직이지만 이렇게 여린 홑겹으로 피는 것도 나름 참 이쁘다.
정다운 벗들과 모여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도 좋을텐데...
봄에 비쩍마른 구근 하나 먼데서 왔다.
다알리아는 그래도 살아 내기는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으로 자리 잡아 심었었다.
다른 다알리아는 모두 싹이 터 키를 키워도 종무 소식이더니
뒤늦게 힘을 내어 키를 키우더니 다른 것들이 다 질 무렵 이렇게 꽃이 피었다.
연일 비가 내리니 이 아이는 해를 본 적이 없다.
햇볕이 얼마나 찬란한지 알 수 있게 꽃이 지기 전에 맑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텃밭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붉은 인동을 심어 타고 올라가게 기둥박아 아치를 만들어 주었더니
올해는 제법 탐스럽게 자라 꽃이 피었다.
작은 삽목가지 하나 얻어 심어 세월이 가니 이런 날이 왔다.
그리하여 나는 밭으로 내려갈 때마다 꽃대문을 지나서 간다.
이 무슨 호사런가.
방풍나물의 꽃이다.
아무리 자리를 정해 심어줘도 씨가 날려 제멋대로 아무데서나 나고 자란다.
이제는 여기 저기 제 있고 싶은 곳에서 자라고 본시 제자리 였던 밭은 다른 것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정해 준 곳보다 제 알아서 자리 잡는 곳이 사실 더 잘자라기는 한다.
지난번에 무너진 언덕을 축대를 쌓아 정비를 한 곳이다
장마 전에 고쳤기 망정이지 이번 비에 길까지 유실될 뻔했다
물이 이곳 저곳 대중없이 흘러 내리니 좀 무섭기도 하다.
유구천은 큰 강처럼 변했다는 소식이 있지만
그냥 집 주변만 돌아 보고 아직 마을에도 안내려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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