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를 데리고 모처럼 아침 산책을 했다.
한갓진 마음도 아니기도 했고 또 시간이 나면 밭에 나가 풀을 뽑든지 그러지
아침 시원한 시간에 산책은 사치에 가까웠으니...
그러나 오늘만큼은 모든 일을 다 제쳐 두고 집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이것 저것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를 돌아 보았다.
그간 눈여겨 보지 않아 그렇지 길섶으로도 온갖 것들이 다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배풍등도 내 밭 가까이 있었으면 잡초라고 마구 뽑아 버렸을텐데
멀찍이 자라났으니 꽃도 피고 열매도 맺었다.
아마도 머잖아 저 열매가 붉게 물들면 그도 보기 좋을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땅두릅이 아니고 산자락에 자연스레 자라는 것
이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할 때 온 것을 알고 저리 꽃을 피우고 있다
금선씨 부군께서 삽목으로 키워 낸 흰 줄장미가 내 집에 와서 자리를 잡고
드디어 새롭게 꽃이 피었다.
내가 아직 키워 보지 않은 것은 장미인데 이로써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미도 물론 이쁘고 매력있는 꽃이니까.
때아니게 불두화 만발이다
지난 가을 남편이 집 아래쪽 불두화 두 그루를 강전지를 해놓는 바람에
봄, 제 때에는 꽃이 안피고
이렇게 뒤늦게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얘는 묵은 가지에만 꽃이 오는데 남편은 아무 생각없이 지저분하다고 싹뚝
단발을 시켜 놓았더라.
뒤늦게 보고 한소리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여름 끝자락에 꽃이 피니
그도 나쁘지 않다 그러고 있다.
아침 산책 말미에 그간 들여다 보는 것도 미안했던 꽃밭을
작정하고 한바퀴 돌아 보았다.
주인이 아랑곳하거나 말거나 풀 속에서도 다 잘 자라 꽃이 피었다.
이렇게 시간은 제 할 일을 하면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