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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뜬끔없이 육아 중

by 풀 한 포기 2022. 9. 8.


팔자에 없이 고양이 육아 중이다
시작은 동생이 사 온 과일을 냉장고에 꺼내 저장하고
그 빈박스를 저녁이 늦었으니 내일 치우자 그러면서 현관밖에 던져 둔 게 화근(?)
하필 그날 저녁에 고양이 한마리 그 상자 안에 들어가 몸을 푼 것.
하는 수 없이 그 상자 그냥 그곳에 두고 지켜보기로...
다행히 평소에 사람을 잘 따르던 에미라서
새끼들도 안 옮겨 가고 그 자리에서 끼고 잘 키우더라고.

그런데 그게 딱 3주까지가 끝.
며칠전부터 새끼들이 심하게 울고 영 불안해 보여 들여다 보니 에미가 가출 했네
나름 산구완한다고 곰국도 끓여 대령하고...맛난 것도 저만 따로 챙겨 멕였더만,
내가 자꾸 참견을 해서 불안했으면 새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텐데
믿거라하고 그런 조짐도 없고
저 만 슬쩍 빠져 나온 것,
그리고 먼 데로 가는 것도 아니고 언저리에서 빙빙 돌고 있고
저녁에는 다른 고양이들하고 함께 잠을 자고 새끼들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잘 달래서 새끼들 있는 곳에 데려다 넣으면 질겁을 하고 빠져 나온다.

한 달이라도 넘었어야 이유식을 먹여 본다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우유를 주사기에 넣어 먹이고 있다.
10 mm 주사기에 바늘을 빼버리고 우유를 채워 넣어 한마리씩 안고 입에 넣어 주면
처음에는 서툴더니 제법 쪽쪽 거리며 잘 빨아 먹는다.
제 어미는 새끼들 주는 우유를 넘실거리며 뺏어 먹으려고만 하고 ...철없는 에미같으니라고.
뭔 계기가 있어 내둥 잘 키우다가 가출했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대신 떠맡게 되었다.

새끼들이 자꾸 기어 나오니 더 깊은 상자로 옮기고 바닥에 신문지를 두껍게 깔아 주고
매일 걷어 내고 치우고 있다.
에미가 새끼들을 간수를 안하니 물티슈로 몸을 닦아 주고...
기왕에 살아 있으니 내 손에서라도 잘자랐으면 좋겠다.

하루에 대 여섯번씩 우유를 먹이고 있다.
네 마리 돌아가며 우유를 먹이는 것도 일이다
추석이라고 아무 것도 안하고 편히 있으라 했는데 영 엉뚱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살다 살다 이제는 고양이 육아까지 하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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