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나를 염려하는 사람.

by 풀 한 포기 2022. 8. 25.

여러 날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밥도 제대로 못먹고 고생을 했다

담당교수도 나처럼 심하게 후유증이 오고 게다가 방사성 페렴까지 앓는 환자는 처음 경험한다고 까지 했으니
내가 좀 유별나기는 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아직 뒷끝으로 오는 기침은 좀 있지만 폐렴치료도 다 끝났고 잘먹고 기운만 차리면 되는데,
그 잘먹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ㅎ


내 이 안타까운 사정을 어여삐 여겨 친한 동생이 식전부터 두부를 만들어 왔다

고소한 흑두부에 묵은지 지짐을 얹어 아침으로 먹었다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어제는 정기적으로 가서 약을 받아 오는 동네병원엘 간김에
너무 기력이 없으니 좀 도움이  될만한 수액이라도 놓아달라 하니
의사쌤 한마디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음식으로 먹는 게 최고라고
식음을 전폐했다면 모를까 아무 도움 안된다고 끝내 거절 하더라
다른 데서는 그냥 얼마짜리 놓아 주세요 그러면 노인네들에게 쉽게 놓아 주는 것을 본 적도 있는데...
지나치게 양심적인 명의이시다
돈 몇 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렇다 보니 그 동생이 또 산양유 단백질을 사줬다
뭐라도 해주고 싶어 그러는 마음을 알아서 군말없이 고맙게 받아 왔다

내가 염려가 되어 음식도 해주고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부러 약국에 나가 산양유 단백질도 사다 주고
평생 동안 우리 엄마 빼고는 나에게 이렇게 해 준 사람이 없는듯  싶다

그래도 어지간히 회복된 기념(?)으로 아침에 꽃밭의 풀도 조금 뽑고 남편이 따 놓은 고추도 손질해서 건조기에 넣었다

다 좋은데 좀 기운이 없는게 지금의 내 상태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리면서 후련한 마음  (24) 2022.09.06
위문품 답지  (0) 2022.08.27
내가 즐겨찾는 블로그는...  (32) 2022.08.23
轉禍爲福  (19) 2022.07.20
수국 삽목  (26) 202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