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더워도 안 먹고 살수도 없고...
새벽같이 일어 나서 남편에게 혼날까봐 살금살금 밭으로 내려 갔다.
오이는 매일 따 먹어야 되는데 제 때 못땄으니 한소쿠리다
그냥 쉽게 먹기 편하라고 대~충 잘라 부추 한 줌 도려 넣고 버무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아 나는 오이가 처치곤란이니까...
엊그제 이것 저것 벝설거지를 해서 딸에게 택배 한 상자 보냈는데도 또 이렇다.
아침 일찍 밭에서 따온 게 오이 뿐이 아니고
근대,쑥갓 꽈리고추,가지,호박잎,아스파라가스,토마토 등등
아주 마트 장 봐 온 것 처럼 양이 많았다.
쑥갓은 데쳐 소금에 무치고
근대는 잎으로만 가려 데쳐서 된장 무침을 했다.
쑥갓도 세어지고 꽃이 피고 있고 근대 역시 장대처럼 자랐더라
마구 겉잎은 따버리고...연한 것으로만 잘라 왔다.
남편은 `하지 말라`고...거기까지만 말을 한다
뒤어어 `내가 할께 `그 말은 절대 안 한다 ㅎㅎ
밭에서 다 사그러져 가는 것들 을 보고 있을 수가 없으니 내가 한바퀴 돌아 다녔다
큰 멸치 넣고 국물 자작한 옛날식 고추간장조림을 했다.
잔멸치와 파랗게 볶아 내는 볶음도 맛있지만
이렇게 푸욱 익힌 것도 나름 괜찮다.
일을 하자 들으니 하필 이 더위에 참깨까지 볶았다.
진즉에 해 놓았어야 하는데 나도 내 상태가 어찌 변할지 짐작이 안가니...
뭐 이제라도 괜찮아서 할 수 있으면 됐지 뭐.
내일 부터 방사선 치료 후반부로 넘어간다
30회중 15회가 끝났으니...
생각 보다 그닥 어려운 것은 없고 피부 상태도 아직은 양호하다
방사선 화상 예방 연고를 열심히 바른 덕인지 내 피부가 좀 뻔뻔한 건지
방사선치료시 영양관리에 대해 교육도 따로 받았지만
겁 준 것만큼 식욕이 없거나 가운 빠지지도 않는다.
아직은 뭐든 다 잘 막고 수술 후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몸 컨디션은 더 좋아 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니 아침부터 땀 흘려 밭에 나가고
오전에 불앞에서 반찬 만들고..
그리하여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오후에는 뒹굴거리며 환자 행세를 했다.
늙은 남편 설거지도 시켜 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