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이 얼마나 이뻤는데...왕원추리
낭만은 무슨...망할 놈의 고라니
지난 밤 내 꽃밭에 내려 와서 꽃만 모조리 잡수셨다.
뭐를 좀 아는 놈인 거는 확실하다.
온갖 것 다 두고도 꽃만 따 먹는 다는 거지...
그저 눈으로만 보고 코로 향을 음미할 줄 안다면 정말 배운 놈일텐데...
그 풍성하던 할미꽃
그 이쁘던 돌단풍
아주 아주 연했을 초롱꽃까지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고라니가 내려와 순례를 한다
춘배가 아무리 짖어도 묶여 있는 것을 아는 거지.
아침 내내 궁시렁 거리며 고라니 욕을 했다.
꽃 이쁜 것은 알아 가지고 꽃만 똑! 따먹다니...
그래도 수선화 무스카리는 무사하다
고라니 입맛에는 안맞는듯...다행히
지난해에는 무스카리도 모조리 잘라 먹었었다.
고라니 걔는 도대체 안먹는 것이 뭐임?
조금 서늘하다 싶은데도 빨강의 나리꽃 화려하게 제 값을 한다
고라니에게 화를 안 당했다
그나마...
밤 새 보초를 설 수도 없고
춘배를 풀어 놓으면 그 녀석이 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 겠지
고라니 식성까지 고려해가며 꽃을 키워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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