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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나에게 한 선물

by 풀 한 포기 2020. 8. 23.

 

이 나라에서 값이 제일 싸고 작은 미쿡택시 같은 색의 차 한대를 늘그막의 나에게 선물했다.

앞으로 10년만 타고 다녀도 본전은 뽑겠다 싶어서...

 

 사연인즉,

남들은 있던 운전면허도 반납할 나이에 이제서야 겨우 마음을 다잡아 운전면허에 도전하여

드디어 그 자격을 얻었으므로 칭찬의 의미로 운전면허 취득한 바로 다음날

신발 한켤레 장만하기보다 더 빨리 후딱 사서 집에 들였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차멀미를 심하게해서 오죽하면 멀미때문에 수학여행을 포기할 정도였었고

애시당초 탈 것에 대한 공포심(?) 같은게 있어서 고백하거니와 자전거도 못타는 주제다.

그리고 도시에 살때는 불편함을 못느꼈고

시골에 내려오기전에 쪼금...아주 쪼금 운전을 해야 되나? 고민을 했었는데

몇년전 기왕에 있던 차를 바꿀때 시골이니 트럭한대를 사고 작은 차를 한대 더 사자 했더니

남편이 차두대 필요없다..그리고 내가 불편함이 없게 해주겠다 해서 

에라 잘됐다 하는 마음으로 뜻을 접었던바 운전에 대해 완전 포기하고 퇴직을 했고 

시골살이를 본격시작을 했다.

남편이 약속대로 내발처럼 불편함이 없이 해주긴했었고

산속에 집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비포장에 지금 포장이 되었다해도 3m도 아니고 2.5m 도로에

꼬불꼬불  게다가  좁은 다리하나를 건너야 되는데 이 다리가 거의 90도 꺽이는 위치에 있어서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난감해하는지라 감히 내가 운전하겠다는 엄두를 내지 않았었다

 

결정적인 것은 올 봄 남편이 쓰러지며 난감한 일을 겪고 보니

나 스스로가 기동성을 갖춰야겠다는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다.

젊을때 그 필요성을 느꼈더라면 좀 좋았을까...

아무래도 순발력과 판단력 모든것이 뒤처지는 나이에 그런 열망을 갖게 되다니...

남편이 어지간히 몸을 추스려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되어서 

맘먹은 김에 코로나가 어느정도 진정국면이다 싶던 지난 7월 1일 필기시험 보고 

긴 장마기간에 수강 시간이 들쭉 날쭉 조절이 어려워 한달여 만에 드디어 합격을 했다.

장내 기능시험에 시간초과로 한번 불합격을 하고 두번째에 합격하고 도로주행은 한번에 패스...

 

옛날 같지 않게 학원 수강 커리큘럼이 장내기능 4시간 도로주행 6시간이고

불합격하면 계속 수강료를 지불하고 추가교육을 받는 구조였다.

젊은 사람들은 그게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교육시간이 너무 짧다 느껴져서 도로주행은 

애저녁에 4시간을 더해 10시간을 교육받았다.

 

다들 스무살 언저리의 학생들 틈에 나같은 할머니는 없었다.

50대 중년여성이 한사람 있었는데 도로주행25시간 교육중인데 시험에는 도전도 못하고 있는것을 보았다

그사람은 특별한 경우겠지만

나는 이나이에 이정도로 합격한 나에게 스스로 마구 칭찬해줬다.

 

 

내 차가 있어야 조금씩이라도 운전을 하지 싶어서 

경운기 내쫓고 얼른 내차를 들여 놓았다.

 

집에서 마을까지 가는길이 워낙 난코스여서 벌벌떨며 내려갔다 오기도 하고

유구읍내 하나로 마트에 장도 보러 다녀 왔다

지나가는 차들이 죄 추월을 해서 가거나 말거나 훈장처럼 `초보운전` 표딱지를 붙이고

뻔뻔하게 다니고 있다.

 

남들은 잘 선택하지 않는 허니비 옐로우 라는 색을 택한 이유는 

원래부터 작은 차는 밝은색이 좋겠다 싶기도했고 벌벌 기어다니는 내차

쉽게 눈에 띄이는 색이니 다들 알아서 피해가라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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