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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천렵

by 풀 한 포기 2020. 10. 12.

천렵; 여름철 피서법의 하나로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성인 남자놀이

이것이 천렵의 사전적 뜻풀이다.

추석 지난지도 여러날 남편은 낚시할 날이 얼마 안남있다는 핑계로 추워지기전에 다녀야한다고

사흘이 멀다하고 낚시를 가다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친한 동생네 집 근처 개천에서

어항을 놓아 물고기를 잡겠다고 약속했다며 함께 가자 한다

얕고 맑은 물에서  자라는 중태기라는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는데 충청도에서는 그냥 준태미라고 부르는

버들치 만하고 작은 피래미 만한 물고기이다

 

 

얕게 물이 흐르다가 작은 소를 이루는 이런곳에 어항을 놓고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되는데

미끼로는 딱밥을 개어 안에 두면 그걸 먹자고 고기들이 어항안으로 들어 간다

잡는재미도 쏠쏠하고 남정네들이 어린애처럼 재미 있어하니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나랑 동생은 올갱이를 잡는다고 개울물에 들어가 첨벙거렸더니

물이 흐려지면 고기가 안들어 간다고해서 올갱이는 조금밖에 못잡았다

 

 

 

잡는 재미도 있지만 그래도 진짜 재미는 먹는 것.

동생네집으로 와서 잡은 고기로 어죽을 끓여 머리를 맞대고 다들 두그릇씩 먹고

다른 손님이 있어 함께 못한 사부님은 따로 담아 와서 저녁에 모셔 대접을 했다.

평생 처음 끓여 본 어죽이 생각 보다 먹을 만 했다는....

라면사리도 넣고 수제비도 뜯어 넣고 집에서 따간 깻잎과 청양고추,

동생네 밭에서 부추며 대파 호박을 따고 감자도 넣고... 무슨 정석이 있는게 아니니 마음가는대로

이것 저것 넣고 얼큰하게 끓이니 남편들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잘 놀았다

시골살이 재미에 이런 것도 있다.

 

 

 

나중에 어항 하나를 놓아 두고 온것을 걷으러 가서 잡은 고기하고 올갱이는 집으로 자져 와서

다음날 도리뱅뱅이 한 후라이팬하고올갱이된장국을 끓여

동생네 부부를 불러 뒷풀이 삼아 또 한번 먹었다

개인적으로 어죽보다 도리뱅뱅이가 감칠맛나고 괜찮았다는...

해먹이느라 정신없어서 사진도 없다.

 

여름은 이미 지나갔지만 천렵을 해서 1박 2일을 잘먹고 잘놀았다

 그런데 일하는거 보다 노는게 훨씬 더 힘들다고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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