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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집들이... 그 흔적

by 풀 한 포기 2010. 6. 21.

 

 

지난 토요일.

기왕에 예정했던 일이라서 마을 주민 초청(?) 집들이를 했다.

아직 주변 정리도 제대로 못했고

임시숙소로 쓰던 건물에서 짐도 챙겨 내려오지 못했지만

언제고 간에 한번은 꼭 치뤄야 할 일인지라

언제 집들이 할거냐고 인사 삼아 묻는 말에 차일 피일 미루기도 민망해서

울서방이 원하는 날에 하기로 한 것이다.

 

시골일이라는게 당췌 어림으로 짐작 할 수 밖에 없어

봉사 코끼리다리 더듬듯 하며

몇명이 오실지 미리 점검 할 수도 없고

대~충 한 50명? 이러면서 시간이 없으니 손많이 가는 전종류는 미리 부쳐 냉동해놓고

배추 겉절이와 오이 소배기만 담가서 가지고 내려 갔다.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면서  과일, 음료, 고기와 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떡은 유구 방앗간에 전화로 맞추고

토요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잡채며 해파리냉채 채소 샐러드 생선찜 나물등등을 만들며

밖에다 설치한 개스불에 육개장을 끓이고

수육도 밖에서 삶고 제법 잔칫집 분위를 냈다.

 

도와주겠다고 남편의 동네친구들  부인이 올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서 음식은 다 만들었다.

이상한 내 승질머리가 음식은 혼자 내맘대로 하는것이 젤 편한지라...ㅋㅋ

어쨋든 그들이 와서는 음식 만드는 일은 하지 않게 했으니 ,

 

우리의 집들이 소식을 이장이 방송을 하자

마을 분들이 한분 두 분 올라오시는데

어떤 할머니는 머리에 휴지뭉치를 이고 오시고

손에 손에 가루비누 봉지며 두루마리휴지를 들고 나타 나는데

깜짝 놀랄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동네 잔치가 되어 버렸다.

 

우리 사부님 말씀이 "의호 큰어머니까지 오셨으면 동네 사람 다왔다"고 보면 된단다.

의호 큰어머니란 할머니는 연세도 많으시지만 어디 큰일에도 잘 안가시는 분이시라는데

산골짜기 우리집 집들이에 오셨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울서방 그동안 완전한 마을 사람으로 살고 있었던게 장하다.

 

2부 순서로 저녁에는

울서방과 친하게 지내는 몇분과 마을 청년회(장년회라고 하는게 나이로는 맞지만)

회원들이 와서 원래 집들이는 시끄럽게해서 귀신을 눌러야 된다며

밤을 새울 것 같은 기세로 음주가무를 즐겼다.

 

그러다보니 사진 한 장 찍을 틈도 없어

저 휴지와 비누를 모아 놓은 더미를 기념촬영 해서 집들이의 규모가 어땠는지 증거자료로 남긴다.

나중에 보니 저것 말고도 집안 이쪽 저쪽에도 꾸러미들이 놓여 있더라 ㅎㅎㅎ

입석 김성구...요렇게 애교스럽게 써놓은 것들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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