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 그것도 추석이 가까워서야
조상님께 해야할 도리를 한꺼번에 해치울 요량으로
얼마나 많은 도시에 사는 자손들이 남부여대해서 길을 나섰는지는 모르겠으나
주말의 고속도로는 주차장과 진배 없었다.
나야 늘 주말이면 내려가는 시골인지라 별생각없이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가
진저리를 쳐가며 겨우 겨우 당도한지라
돌아올때는 머리 좀 써본다고 전철 종착역인 신창역에 가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으니 길이 밀려 늦게 당도할리도 없고
구로역까지 가는시간시간이 고속버스보다야 빠를 터...
대~충 졸아가며 가야할듯해서 느긋이 앉아 있으려니
하이고..
승객들 상대로 왠 장사하는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종류도 가지가지
CD. 밸트. 파스. 등등등 시장판이네.
얼마간을 참고 오려니 옆자리에 앉은 용감무쌍한 아저씨 한 분이
드디어 분기탱천하여 고래고래 장사꾼을 향해 삿대질을 곁들여가며 야단이시다
여기가 당신들 장사하라는 데냐.
시끄러우니 대강 지나가라.
뭐 그런 내용이신데 ...용모가 범상치 않다..
희끗희끗은 하지만 짧게 자른 깍두기머리에 손목에는 좀 과하게 빛을 발하는 금 팔찌..
그러나 우리의 미덕은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쨋든 덕분에 장내가 한결 조용해져서 졸아도 될 그런 시간이 도래했다 싶어 고개를 좀 숙이려니 아니..이건 무슨
아직 장갑을 낄만큼 추운 계절도 아니고 전철 바닥에서 꼬무락거리는 저 열개의 손가락은 뭐엉미?
아니 손이 아니고 발...가락 양말
조금전 공중도덕 운운하며 일장 연설하시던 바로 그 아저씨.
신발은 벗어 한쪽으로 밀쳐두고 두다리를 뻗을 수 있는데까지 뻗치고
양말발로 전철바닥에 두발을 꼬고서는 고물꼬물 거리는 이 행위예술은
똥묻은 개여..
그럭저럭
편하게(?) 구로역에 당도해서 인천행 전철로 환승을 해서
힘들게 서있으려니 앞에 앉았던 사람이 내려서 횡재다 싶어 자리에 앉았더니
갑자기 건너편에 앉았던 할머니 한 분이 내옆에 서있던 젊은 아이엄마에게
니가 거기 앉지 그랬냐고 느닷없이 그러시네,..참
가만히 상황판단을 해보니 내옆으로 초등학교 3~4학년쯤되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는데
이아이의 엄마는 내앞에 서있고 저 건너편에는 그아이의 할머니가 앉아 게시는 군..음.
할머니 계획대로였으면 손녀옆으로 딸이 앉아 삼대가 모두 편하게 가야 되는데
내가 눈치없이 천둥에 개뛰어들듯이 그 자리에 앉고 만 것이여..ㅎㅎ
그러나 초등학생을 둔 엄마이니 최소한 나보다 20년은 젊고
난 짐도 있었고 게다가 옆자리도 아니고 바로 내앞자리가 비어서 앉은 것이니
내가 ...뭘?
자식사랑이 하늘에 닿은 그 할머니 조금 있으려니 딸을 불러
니가 여기 앉아라 난 저기가서 앉을 테니 하며 딸에게 자신을 자리를내주고
일어 서서 출입문 건너 저쪽으로 가시길래 경로석으로 가서 앉으려고 하시나 보다 했다.
그런데..세상에나
어떤 젊은 아가씨 앞으로 가시더니 내가 다리가 아파서 서 있을 수가 없으니 자리를 양보하라며
기어이 그 아가씨를 일으켜 세우고 그자리를 차지하네..
이리하여 삼대가 내옆자리와 건너편 그리고 출입문 하나건너 저쪽으로
이렇게 철의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더 기가 막힌것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딸과 손녀가 눈을 마추치며 미소만 서로 나누더라는 것.
대단하게 그 손녀가 뭘보고 배우겠느냐
아이 교육이 어떻다 그런말은 안해도 도대체
그 끝없는 이기주의
내새끼만 잠시 편케하려고...
똥묻은 개여..
다른 모든 겨묻은 개들 ..이것보다는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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