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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by 풀 한 포기 2008. 11. 24.

 

 

 

 

한동안 남편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내 일상이 온통 혼란스러웠는데 이제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나도 좀 여유가 생기고

어디를 수술했냐고 묻는 이들에게 뭐라 딱 꼬집어 말못하고

두루뭉수리로 대~충 얼버무렸는데...ㅎㅎ

이제는 말 할수 있겠다.

 

 

평소에도  술을 즐기는 남편이 이상하게  무슨 무슨 행사다 모임이다 하면서

몇주간을 좀 과음한다 싶더니 급기야 몸살기가 있는것처럼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더니

남성 생식기 (고환)가 조금 부은것 같아져서 나이도 나이고 전립선  부근에 이상이 생긴게 아닌가 해서

대학병원 비뇨기과에 갔더니 그냥 염증이 생겼다며 항생제 주사 한방에 일주일의 약처방을 해주고

간단한 검사 몇가지 하고 좀 더 구체적인 검사는 한 삼일 후에 하자고 해서

예약을 다해놓고 그 검사일을 기다리던 중

아침 일찍 화장실에 간 남편이 다급한 소리로 불러서 가보니 세상에나...

그 염증 부위라고 하던 곳이 바늘로 폭 찌른것처럼 조그맣게 구멍이 나서

피..고름. 그런것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부위가 부위인지라 일순 당황했지만 급히 커다란 반창고로 붙이고

거즈로 감싼다음 병원 응급실로 가서

그날로 응급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전 검사에서는 엑스레이와 초음파상으로는 그저 단순 농양이라고

수술시간은 약 40분이면 되고 일주일이면 퇴원 가능하다고해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40분이 두시간을 넘기며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게 아닌가 

수술 동의서를 쓸때 그런일은 없겠지만 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들은 설명중에

혹 열어 봐서 상태가 안좋으면 고환을 절제하는 수도 있다는....

아무래도 그 경우에 해당 되는게 아닌지

어쨋든 회복시간까지 합쳐 수술실에서 세시간이 넘게 있다 나왔는데

척추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은 울 남편 그 상황을 다 인지하고

나에게 설명을 하는데 단순농양이 아니라 '괴저'라고 하더라며

의사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반을 쳐냈다고 그러더란다.

뭐야..그러면 고환이 한개만 남은겨?

그래도 그게 어디야 다 잘라내고도 죽는사람도 허구 많은데 ..죽을병도 아닌데 뭐.

남편과 나는 당연히 그리 생각했고 ,

수술경과를 설명하는 의사: 수술 부위를 보면 보호자께서 놀라실거예요

설명듣는 보호자 나; (그말 끝나기 무섭게 숨도 안쉬고)아니요. 안볼꺼니까 괜찮아요

의사;그리고 불임이 될 수도 있어요

나;이 나이에 불임 아닌게 큰일이죠 ㅎ~

별 이상한 아줌마도 다있다는 눈빛으로 계속 설명하기를 염증이 심해서

당분간 수술부위를 열어 놓은 상태로 하루에 세번씩 소독을 해야 한단다.

그 당분간이 빠르면 두주일에서 길면 한달.

그때는 그 소독이라는 것이 그렇게 끔찍하게 아픈것이라고는미쳐 생각을 못했는데

수술은 즐길만한 것이었고 그 소독시간만 되면 고통에 남편이 머리가 돌 지경이 되곤했다.

 

남편의 병명은 듣기도 처음인 Fournier gangrene

우리 말로는 개스괴저라고 한대나 모라나.

이병은 대부분 당뇨환자에게 많은 병인데

당뇨도 없고 혈압도 없고 심전도에도 이상이 안나타나고

그런 사람인 울 남편이 이런 병에 걸린건 그냥 재수없었다고 생각하라고 그러면서

정신 멀쩡히 있다가 죽는 그런 무서운 병이라고 ,

올해 이 병원에서 남편을 포함해서 여섯명이 이 수술을 받았는데

다들 중환자실을 거쳐서 일반 병실로 갔다고

그나마 제일 양호한 상태라고 그러니 ..그저 다행이라면 다행.

 

어쨋든 경과가 좋아서(?) 수술한지 17일만에 봉합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첩첩산중. 그게 또 만만치 않은것이 쉽게 말하자면 그 고환을 싸고 있던  피부(주머니)를

잘라냈으니 그 부위를 성형외과에 의뢰해서 허벅지나 엉덩이나 그 부위의 살을 이식해서

덮던지 또는 그물처럼 얼기 설기 남아있는 오른쪽 피부를 끌어 당겨가지고 봉합해서 새살이 돋기를 기다려야하는데

어느 경우기 됐든지 봉합일로부터 두달간을 입원해야 한다고 하네 그려.

 

그러던 것이 담당교수가 상태가 양호하니 이식을 하지말고 자기 피부로 당겨서

한번에 안되면 두번에 하더라도 그렇게 해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동의를 하고는

이 미련한 환자와 보호자가

근데 한쪽을 잘라냈으면 나머지 만 그냥 봉합하면 되지 왜 피부가 모자라냐고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가...아니 그럼 아직도 수술 부위를 한번도 안 봤습니까? 라는

질문 끄덕 끄덕.

알고 보니 고환은 두개 그대로 자알 있고 그 부위에 있는 근육과 피부조직만 자른 거라네

울남편 반을 쳐냈다는 그말에 당연히 고환이 한개만 남은 줄 알았고

그말을 전해들은 나또한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

아하..그러니 피부가 모자라겠군..흠.

 

좌우간

그 봉합 수술을 지난 월요일(17일)에 받았고

봉합 수술후 예의상 한번은 봐야 될것 같아 소독할때 관찰해보니

생각보다는 상태가 양호했다

남편이 어떠냐고 묻길래 한마디로 만두 같다고

꿰멘자리는 만두소를 꾸욱꾹 밀어넣고 주름을 잡아 아무려 놓은것 같고

그리 흉하지 않다고 말해 줬더니 다소 안심이 되는듯한 표정이 되었다.

근데 그 봉합 수술이라는 것이 말이 봉합이지

그 모자란 피부로 싸서 마무리를 하려니 약간의 수종이 있던 고환을 터뜨려( 의사의 표현)

질량을 줄이고 다시 새살이 돋을 것이라 믿으며 그주변의 살을 좀더 잘라내고

그러고도 피부가 잘 안당겨져서 필요 없어진 정관을 잘라내고

겨우 겨우 봉합을 했다는 거다.

이러느라고 회사에는두번의 수술 전후로는 2~3일씩 연가를 내고

나머지는탄력근무를 신청해서 주중에는 다섯시간만 근무하고

병원으로 오후에 일찍 가서 남편 시중들고 저녁을 멕인후에 집으로 가서

또 내가 거두어야 할 강아지 두마리 밥주고 집안일 좀 대충 거들치고 다시 저녁 늦게

병원으로 가서 남편옆에서 새우잠을 자고 아침먹는 거 챙겨주고 나서 출근하고...다시 오후에 병원으로 가고

왜 간병인을 쓰지 그랬냐고?

참...부위가 부위인지라 남자 간병인도 구 할 수 없고.

나야 뭐 이쁘고 젊은 여자 간병인도 상관 없었지만  남편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에구

여기 까지가 그간 내가 아무짓도 할 수 없었던 전말이다

 

남은일은 며칠후 꿰맨 실을 뽑아내고 잘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별일 없으면 퇴원후 통원치료를 할 것이고  아니면

좀 더 병원에서 사후 조치를 취하고 기다려야 할것이고,

 

그래도 이번기회에 걱정하던 성인병이 아무것도 없고

보너스로 30년 넘게 담배를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폐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CT결과를

통보 받았으니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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