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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농부

by 풀 한 포기 2008. 4. 27.

 

에고..에고..

울 서방 오늘 처음으로 경운기 작동법을 배워서 논을 갈고 있다.

지난 몇년을 사부님이 수고해 주셨는데,

올해부터 심기일전 어차피 시골살이에 경운기를 쓸 줄 모르면

도시에서 운전 못하는것 이상으로 불편한지라 ....

몇주전부터 살살 운전법을 익혔으나 쟁기를 매달아 논을 갈아 업는다는것은

좀 숙련을 요하는 일이라서 못할 줄 알았는데,

타고난 농부인지 얼추 비슷하게 해낸다.

장한 울서방.ㅋㅋ

 

나야 전혀 모르지만 경운기가 좀 위험한 물건이란다.

오르막길 보다는 내리막길 운전이 더 어렵다나 뭐라나.

그래 그랬는지 사부님댁에서 우리 골짜기까지 경운기를 끌고 가던중

나는 차로 앞서가고 뒤따라 오던 경운기가 내리막 커브길에서 그만 옆 경사지로 굴러 떨어졌다.

좀 불안해서 차를세우고 뒤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래도 순발력있게 사람은 길위로 뛰어내리고 경운기만,

놀란 사부님 달려가시고,

나는 그냥 멀뚱 멀뚱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더니..매정하다나 모라나..

매정하긴..사람 멀쩡한거 이미 보았고 그깟 경운기야 머..

그리고 내가 가본들 별 수 있냐고..이미 상황 끝인데,

일을 그르칠까봐 진행중에는 더러 잔소리에 훈수를 좀 두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된 일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 게 원칙이기도 하고,

사람이 다쳤다면야 그걸 수습하려고 달려갔겠지만 경운기는 내 소관이 아니라는...

 

어쨋든 별로 놀래진 않았는지

금새 다시 운전해 와서는 논을 갈아 업으니 참...남자는 남자고,

그리고 장래가 무지 무지 촉망되는 농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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