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묵은 친구가
생일 언저리에 하는 여행이 벌써 한바퀴를 돌고 그 마무리 여행으로
이름하여 남도 맛기행이라 칭하며 부안.고창을 다녀 왔다.
목적에 걸맞게 한 상 잘차려 받은 남도의 한정식
반찬이 얼추 40가지는 되는듯...
내 평생 반찬을 포개 놓고 먹어 보긴 처음이지 싶다.
조양식당이라는 고창에서 가장 오래된 한정식집에서 도착한 날 저녁을 먹었다.
남도를 대표하는 홍어찜. 회를 바롯해서 민물새우 호박찌게. 청국장. 민물게장. 굴비구이
집장.토하젓. 장어구이.피조개...등등등.
고창읍성.
해질녘에 당도해서 사진은 좀 어둡지만
그 옛날 조상들이 순전히 인력으로만 쌓아 올렸을 저 돌성을 바라 보며
그 재주와 노고를 동시에 느꼈다.
그 유명한 선운사의 배롱나무.
계절과 함께 그 화려한 꽃은 자취도 찾을길 없었지만
나무 그 본래의 아름다움이야 어디 가겠는가
나목은 그 나름대로 너무도 이쁘다
선운사 숲의 마지막 남은 꽃단풍의 흔적을 뒤로하여 한 장.
미당 서정주의 생가
국화 옆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
그 누이의 호기심을 누가 좀 말려 줘요~~~
미당 생가의 방안을 잠시 엿 보는 친구...
아마 저 방안에 미당의 흉상이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지 ㅎ
미당 기념관의 전망대에서
저 뒤로 노란 국화가 아직 남아 있는게 보인다.
기념관에 들러 그의 작품들과 더불어 살아온 자취도 돌아 보고,
빛나는 시인의 혼을 잠시 느끼기도하고
친일을 했다는 생의 오점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전시해 놓은걸 보니
차라리...이세상 어느 누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연약한 인간의 면면이 느껴져 안스럽기까지 했다.
내소사의 느티나무.
세월의 무게만큼 두꺼워진 허리를 드러내고 묵묵히 서 있고
오가는 이들은 무심히 우리처럼 그저 사진의 뒷배경으로나 쓰임새를 찾고,
내소사의 그 백만불짜리 소나무.
너무 멋진 그 소나무에 홀려서 나도 그 곁에 서 보았다.
내소사 대웅전의 꽃무늬 문살.
화려한 단청은 벗겨지고..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나무색 그대로 였는지도 모를 일.
지은죄 없어서라기 보다.
뻔뻔함이 몸에 배어 사천왕도 두렵지 않으니
남은 세월 언제 겸손함에 머리 조아려 속죄하며 이 앞을 지날날이 있으려나..
돌아 오는 길.
겨울이 시작되는 그 며칠을
아름다운 친구들과 함께 하며 정담을 나눴으니
이번 겨울은 절대로 춥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