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같은 달의 숨소리를 들으러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달빛속에 소금을 뿌려 놓은듯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을 보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그런 기분에 한번쯤 몸을 내맡겨도 좋았을 텐데,
유감천만.
가는날이 장날이라 하필 비오시는 날이어서 분에 넘치는 그런 호사는 누리지 못했다.
허나 가을로 들어 서는 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
그 비에 적당히 젖어 함초롬한 메밀꽃이 오히려 볼 만 하였다.
비 무서워 길을 나서지 못한 사람들 덕에 오가며
늘어선 자작나무며 이제 갓 피기 시작한 코스모스도 감상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으니
달빛에 젖어 보지 못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 생일 언저리의 짧은 여행이
이번으로 네번째..벌써 일년이 지나 간 셈이다.
앞으로 초겨울쯤으로 계획한 마무리 남도 여행이 기다리고 있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날들이다.
이렇게 일년..이년..세월을 보태며
우리의 우정도 그 무게를 더해 가며 한결 더 익어 가겠지..
보기 좋게 나이 들어가길 소망하며
벌써 내년의 계획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는 것은 좀 ...지나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