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하얗게 내린 골짜기의 아침.
공기는 너무도 청량해서 코끝을 싸아하게 만들고.
저멀리 차츰 다가오는 아침 햇살은 골짜기 가득 평화로운 기운을 감돌게한다.
아직은 가을임을 말해주듯 국화 한무더기 만발이고
나무들도 푸르름을 버리진 못했다.
빛은 산너머에 있고
아직 내가 선 이곳에 당도하기엔 이른 시간.
잠시 더 그 어두움이 주는 안락감을 즐기기로 하자.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빛으로해서 만천하에 들어날 치부들을 조금더 감추어 두기로하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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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중이시던 어머니가 내일 퇴원을 하신다.
몸종같이 시중을 들어주던 간병인과
효심많은 동생이 어렵사리 구해 놓아드린 알부민 몇대에 다시 살아나셨다.
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퇴원을 집으로 하시는 것이 아니고
노인 요양병원으로 하시게 되는 것이다.
용변처리도 못하는 어머니를 아들인 동생이 돌볼 수 없으니
그리 하자고...현실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했다.
아들도 며느리도 입밖에 못내는 그 얘기를 딸인 내가 먼저 했다.
내가 한 일은 그 일뿐이다.
어서 빨리 간단히 어머니를 떠맡기는 그 일만 내가 했다.
난 그런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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