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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갱년기

by 풀 한 포기 2007. 11. 7.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어느 시인의 시의 한 대목이기도 하고

소설가의 단편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이 귀절이 자꾸 목에 걸리는 날들이다.

누구라도 삶이 치열하지 않을까만

깊어져 가는 가을 저녁 느닺없는 삶의 피곤이 아주 구체적으로 밀려 온다.

어느 하루 여유만만 느긋한 적 있었더냐는 스스로의 반문도 

너무 작은 소리여서 절대로 들리지 않고

그냥 무작정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듯 그렇게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

 

평균대 위를 걸을때는

두팔로 균형을 유지하며 시선은 정면만을 응시하고 걸어야 한다던

학교시절 무용선생님의 말씀대로

내 삶도 잠시 시선을 옆이나 아래로 돌렸을때

그 균형이 깨져버려  평균대 아래로 곤두박질 칠까봐 ...얼마나 긴장을 하고 살았던가.

이제 그만 그 평균대에서 내려 아주 편안한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

무장해제..

 

하자고 들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숙제.

까짓..하고 생각해 보면  내가 치루어 내야 할 무엇은 아무것도 없고

다 그들의 삶.

내가 끼어들기 할 틈도 기실 없지 않은가.

 

계절도 가을이고

내 인생도 이젠 가을임이 확실하고

이제 남은 것은 혹독한 추위의 겨울 일 터.

비겁으로 잠시라도 숨고 싶다.

아니 모른 척 시치미 뚝 떼고 딴짓하며 잠시 한눈 팔고 싶다.

 

인생의 가을을 넘기기가 이리 간단치 않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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