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길에
집으로 올라오는 언덕길에
요즘아이들이 즐겨먹는 간식거리가 즐비한 튀김집을 지나치다가
먹음직 스럽게 생긴 꽈배기 도너츠에 그만 정신이 팔려 몇개를 사들고 올라왔다.
우리아파트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남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이 작은 머리를 맞대고 옹기 종기 모여있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먹거리에 그닥 관심도 없고,
더구나 애들 입맛에 맞춘 그것들의 맛에 애시당초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사서 먹어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꽈배기에 필이 꽂힌거다.
게다가 천원에 네개...값도 착하고
맛을 검증 한바 없는 관계로 달랑 천원 어치.
집으로 들어서기가 무섭에 두개를 먹고있는데 마침 들어서는 남편..
조금 아깝지만 나머지를 내밀었더니...고개를 흔든다.
허기사 담배에..술에..그런 아자씨가 꽈배기 도너츠가 무에라고..ㅋㅋ
그러더니 슬그머니 한개를 먹네..그랴.
그러고는 달랑 한개 남은 것을 도로 주며 '은비 오면 주지....'
은비..? 참..나..
아홉살도 열아홉살도 아닌 스물 아홉살짜리 딸이 퇴근 하면 주라고 ..ㅎㅎ
눈물 겨운 부정..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집에 들어온 딸에게 주었더니 '아유~~설탕범벅이네~~'하면서
탈탈 털어서 거의 맨살(?)의 도너츠만 먹는다...
우리 세대는 단맛이 귀하던 시절을 살아서 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먹었는데..
어린시절 우물물 한바가지에 당원인지 사카린인지 뭐 그런걸 엄지 손가락으로 꾹꾹눌러가며
녹여서 형제끼리 비잉둘러서서 한모금씩 나누어 먹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아주 운이 좋아야 마지막 차례가 온다.
그 마지막 한방울이 제일 달기 때문에 서로 먹으려고 다투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우리 애들만 해도 이제는 단맛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더이상 단맛에 갈증 느낄 필요가 없다보니
그 사소한 꽈배기 도너츠 먹는 것부터 우리와 차이가 난다...
십리 사탕 한개가 생기면 다듬이독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깨어 나누어 먹고
흩어진 그 가루를 아까워라 손가락에 침묻혀 찍어 먹던 그 시절.
많이 모자라고
모든 것이 귀하던 그 시절이 그래도 정겹고,
또한 그립다.
* 사진은 대부분의 사진처럼 얼굴중심이 아닌 얼굴을 제외시킨 딸의 다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