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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아버님 기일.

by 풀 한 포기 2007. 2. 6.

늦은 밤.

시아버님 제사를 모시고 돌아 오는 길.

아들 녀석이 운전하는 옆자리에 음복한 술기운을 기대고 잠든 남편,

새삼 성긴 머리칼이 참으로 쓸쓸하다.

아버님 가신지 벌써 삼년

세월이 쌓이는 시간 만큼 그리움은 조금씩 빛을 바래어가지만

아직은 생전의 온화한 모습이  생생하다.

 

며느리인 나보다야

아들인 저 사람의 그리움이 더 진하고 깊겠지....싶지만,

이나라의 아들들이 대체로 무심한 존재들인지라

그의 말없음표에 그저 짐작이나 할 뿐,

 

뒷자리에 앉아 어둔 차창밖을 바라 보노라니

청정한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멈춰진 시간처럼 선명하게 떠올라 가슴한켠이 아리아리하다.

 

짧은 전화 한통에도 늘 고마워 하시던...

그 기억에 아직도 내 전화기엔 아버님의 전화 번호가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뭐 대단히 효성스런 며느리여서가 아니라

차마 지워 버릴 수 없어서..

그리고 가끔

당연히 통화 할 수 없는 그 번호를 엄지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으로 시작하는 그 목소리를 습관처럼 듣곤 한다.

 

그 전화번호를 지워버리면

아버님의 관한 기억 한조각도 따라서 지워 질까 저어스러워

아마도 오랫동안 지우지 못할 것 같다.

018-211-6837....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뜬금없이 이런 가사의 노래가 생각나는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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