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77 꽃향기/송기원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며 제석천에서 음악을 맡고 있는 건달바(乾達婆)는 술과 고기 대신에 향기만 먹으며 공중을 날아 다닌답니다 죽어서 후생에 태어날 때까지 중간의 한동안은 우리같은 중생 역시 향기만 먹고 지낸다는데요. 사방천지 꽃향기 가득한 봄날. 그대와 나도 이승 저승을 떠나 꽃향기.. 2008. 5. 25. 옛날의 그 집/박경리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2008. 5. 21. 상실/김재진 상실 김재진 노랗게 번지기 전 나는 이미 개나리가 필 것을 알고 있다. 가파른 비탈에 뿌리내린 채 겨울을 견디어 준비한 네 눈물의 빛깔을 알고 있다. 미미하게 묻어오는 바람의 안부를 속달로 접수하며 나 역시 봄을 준비할 때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금세라도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것 같은 그 화사.. 2008. 3. 2. 안부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날. 그대 마음속 풍경은 어떠하신지 그리움이 쌓이듯 그대 가슴에도 그렇게 흰눈이 쌓여가는지 아니면 오늘처럼 너무 포근해 쌓일 사이도 없이 녹아버리고마는 눈처럼 그리움 또한 너무 간절해 이미 다 녹아버리지나 않았는지 물이 되어버린 눈처럼 그렇게 땅으로 스며 그 흔.. 2008. 1. 21.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