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시작이 너무 창대(?)하더라.
유월에 친구 몇몇이 앙코르왓뜨에 간다며 유혹의 눈길을 보내왔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시간을 낼 수 없었고,
그때 함께 못한 나를 위로코자 칠월 초부터 예정을 세워
몇차례 거듭 확인을 하며 팔 월 끄트머리의 약속을 상기하더니.
처음엔 영화.문숙이.광희.인화.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이서
방태산 휴양림에서 하루 묵고
이튿날 점봉산 곰배령 들꽃을 보고 오는 것으로 예정.
휴양림 예약 관계로 너무 일찍 날을 정한것이 화근이었는지
팔월이 되자 처음 광희가 슬그머니 함께 못간다고 그러네..
이유인즉 교육이 열흘간 잡혔다고,
직업상 중요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인정.
그래서 처음엔 못간다던 세영이를 포섭해서 함께 가기로 했으니
차 하나로 움직이기 좋고
곰배령 입산허가를 다섯명 받아놨으니 머릿수도 변동 없고 ..
다 좋다..광희 못가도,
팔월 중순에 영화가 중간 점검을 하니
느닷없이 문숙이가 이번엔 못간다네..
퇴행성 관절염에다 ,
동생의 와병.
것도 어쩔 수 없다....
그간 무심했던 언니를 반성하며 동생 곁에 있겠다니,
그럼 넷이 가지 뭐...
문숙이 같이 가봐야 수다를 거들길 하나...잠이나 잘걸 뭐..흥.
그러나 좀 불길해..어째.
떠나기 삼일전
예감이 적중.
불길한 소식을 담은 영화의 전화.
인화가 아파서 못간단다..너 연락 받았니?
에고...얘가 아프면 그건 큰일인데..
지병이 있으니, 그거 악화됐나.
늘그막에 공부한다고 너무 무리하더니..게다가 논문 끝낸지 며칠 안되고,
설상가상 이사까지 했으니..참.
그럼...계산을 해보자.
세영. 영화.나.
에이~~
그래도..그래도...미녀 삼총사가 남았으니 무에 무서우랴.
게다가 일당백 세영이가 있어 우리의 귀를 밤새워 즐겁게 해줄텐데...
그러나, 그러나,
이 소박한 바램도 여지없이 깨지는 바로 전날 세영이의 전화.
형제 같은 지인의 부고.
장지까지 가야되니 못간다고..
뭐 신문에서 본 사실이니...워째.
말이 씨가 되지..
인화가 못간다고 할때 내가 영화한테 혼자라도 갈껀데 뭐..그랬더니.
정말 뭐야.
달랑 나. 영화.
둘이서 ...무슨 사랑하는 연인사이도 아니고.
영화가 심심해 어쩌냐고 걱정하길래..그간 말안한 니가 밤새 얘기하면 되겠네.그랬지.
영화도 ..갈등하는거 같더만
가야 되는 거야 ..이거?
물론 나도.
그러나 가야지.
남들 여름 휴가 다갈때도 그 약속을 위로삼아 굳세게 견뎠는데.
을지훈련 끝나야 간다고우긴 내 책임도있고..
어쨋든
이천오년 팔월 스무아흐레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줌마 둘이서
씩씩하게
여름 끝내기 휴가 잘보내고 돌아왔다는 전설.
부언하자면 나는
영화가 데려간 효도관광을 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