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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기왕에 왔으니,

by 풀 한 포기 2025. 3. 3.

 

날씨는 여전히 흐림 또는 비 찬조출연은 바람.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예약한 브런치로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그래도 기왕에 제주에 왔으니 

오름 하나 정도는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냐고,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내리지 않는 오전 시간에 금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안내에는 아주 가비얍게 2~30분소요 된다 했으니...ㅎ

 

바람은 사납고 생각보다 경사도가 좀 있어서 그리 쉽지 만은 않은 코스.

걷는 것을 싫어 하는 남편은 아마도 일년치 운동을 다하지 않았을까.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정상으로 갈수록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지경이라서

제대로(?)된 인물 사진 한 장 건질 수가 없었다는,

그래도 백록담의 축소판같은 분화구도 보고 흐린 날씨 치고는 제법 시야도 넓게 

제주 서쪽을 훤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먹는 것이 중요하니

갈치조림으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 비교적 맛있게 점심을 먹었는데

갈치조림도 맛이 좋았지만  금오름을 오르느라 적당히 배가 고팠지 때문이지 싶다.

 

제주는 제주 비가 내려도 벌써 유채꽃이

 

 

오후에는 비를 피해 실내 관광.

비 덕분에 제주까지 와서 그간 못했던 문화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ㅎ

그나마 가족들의 취향이 비슷해서 기쁘게 제주현대미술관으로.

 

 

마침 남아공 소장의 미술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우리가 남아공까지 갈 일은 없지 싶어 횡재한 기분으로 감상을 했다

대부분은 사진 촬영이 안되고 일부 허용된 곳에서 사진 몇 장.

 

풀.고갱. 악마들의 이야기

 

 

오후 일정으로

미술관과 오설록 티 뮤지엄에 다녀 와서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저녁은 제주 음식 한 상.

애들이 검색해서 찾아 간 곳,

성게미역국에 흑돼지 두루치기 고등어 조림이 주메뉴인 A코스.

B코스는 갈치조림도 들어 있는데 점심에 갈치를 먹어서 우리는 고등어로..

인심이 후해서 메뉴에 없던 삼치회까지 먹을 수 있었다.

 

예전에 왔을때는 제주 음식이 다 맛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섬이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음식의 간이 세어 좀 짠 느낌.

첫날 도착해서 아침을 먹은 제주 숨돔비라는 두부요리전문점에서부터

내내 좀 짜다 싶은 느낌.

 

 

밤에는 식구들 모인 김에 오설록에서 산 미니 케익을 놓고 생일 축하.

지난해에는 친구들에 맞춰 일본여행을 했고 

이번에는 내 생일에 맞춰 가족 여행.

2년에 걸쳐 기념행사를 하는 대단한 칠순이다. ㅎ

뜻하지 않은 과격한 운동으로 남편은 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이들과 나는 밤 늦게까지 술도 한 잔하면서 그간 못나눈 속 깊은 얘기도 하고

함께 공유했던 추억도 꺼내 보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어제 마지막 날의 오전 일정으로 공항과 가까운 용두암을 보러 갔다.

예전에는 용의 키가 큰 줄 알았는데...ㅎ

그간 걔도 늙어 키가 줄어 들었나 싶게 아주 겸손한 크기.

삼일 내내 비가 왔지만 생각보다 비도 안맞고 잘 이동해서 다녔는데

남편이 이번에도 문제가,

신고 간 운동화가 하필 물이 조금씩 샌다고..ㅎ

아무리 봐도 물이 샐만큼 낡은 신발은 아닌데 ,

남편 기억에 무슨 못인지 가시인지가 박혀 뽑은 일이 있다고,

제주시에 있는 ABC신발 매장에 가서 뉴발란스 운동화 한 개 사서 신켜서 데리고 왔다.

참 멀리도 가서 신발을 샀다.

내 칠순기념 여행에 찬조출연료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맘에 든다는 신발을 사줬다.

모처럼 핑곗김에 아이들 숙제를 도와 주는 차원도 있고

아주 순하게 말 잘들으며 따라 댕기다 왔다.

 

두고 간 미레도 고양이도 춘배씨도 모두 건강히 잘있었고 좋은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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